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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Dec 01. 2021

생각에 갇혀 뱅뱅돌때 긴급처방

혈자리를 뚫어주듯 몸의 느낌을 표현하도록 한다.

오래전에 본 영상이 떠오른다. 아르메니아 출신 명상 수행자 구르지예프의 춤을 통한 명상치유수행인 무브먼트 워크숍에서 보게 됐다. 한 남자가 동그란 원안에서 계속 맴돈다. 원은 사람 키쯤 되는 지름 넓이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혼자 놀이를 하나 싶어 자세히 보니 남자는 원 안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원 바깥을 향해 걸어 나오는 듯하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일정한 방향으로 도는 것 같더니 반대로 돈다. 얼굴 표정으로 봐서 원에서 빠져나오려는 것 같은데 출구를 찾지 못해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인다. 한참 원 안에서 왔다 갔다 고개를 갸윳거리다 지쳤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일어나서 맴돈다. 이 모습을 지나가던 사람이 보더니 다가가서 원을 두 발로 슥슥 지운다. 운동장 같은 흙에 그려져 있던 원이 행인이 발로 슥슥 지우자 지워진다. 드디어 출구가 생긴다. 원 안에서 뱅뱅 돌던 남자는 한 발을 문 바깥으로 내밀어본다. '어라! 원에서 나올 수 있잖아'. 몇 번 원 바깥으로 발을 내딛던 남자는 드디어 출구를 찾았다는 듯 원에서 빠져나온다.  아주 오래된 흑백 영상이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꽤 의미 있게 본 것 같다. 원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맴돌기만 하던 사람. 바깥에서 보기에 발로 슥슥 지우고 나오면 될 일을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원 안에 갇혀 뱅글뱅글 돌기만 했을까?

구르지예프 ‘변형의 무브먼트는  순간 깨어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행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지켜보면서 깨어나 자신으로   있도록 돕는다. 가끔  사는가 싶다가 생각과 감정에 갇혀 꼼짝   때가 있다. 그럴  문을 열고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한다. 몸을 옮겨 산책이라도 나갈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텐데.  생각 안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맴돌고 있을  무기력하고 좌절스럽다.

글을 쓰다가 진도가 나가지 않을  온통 생각에 막혀 출구를 찾지 할 때가 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엉켜서  줄도   없을  갇혀있는 나를 누군가 구출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문을 열고 나오면 되는데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한참 혼자 헤매다 어찌 어찌 가라앉혀 빠져나오고 나서 돌아보면 어이가 없다. 출구는 의외로 가깝게 늘 열려있는데 찾지 못할때가 있다.

사실 깨어있다면 ' 이런, 내가  생각에 갇혀있네.' 알아차리고 주변을 둘러본  발로 슥슥 원을 지우고 손을 털고 나오면  일이다. 깨어있다는 의미는 나를 객관적으로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빠져 있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빠져나올  있을지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다. 깨어있기가 힘들다.


이럴  이렇게 물어봐주면 출구를 찾을  있다.  "지금 몸과 마음이 어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살핀  표현할수 있도록 질문해준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감정 상태를 관찰하도록 하는 질문이 도움이 된다.  갇힌   바깥으로 나와 객관적으로 자신을 살피도록 한다. 잠깐이지만 객관적으로 지금 빠져있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살피고 말로 표현하는 자체가 출구를 찾도록 돕는 일이다. 말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면 답답함도 함께 배출된다. 충분히 표현하도록    들어주는이른 스스로 출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말하면서  스스로 갇혀있다고 생각한 고정된 생각의 패턴에서 빠져나올  있다.

생각이 출구를 찾지 못하면 몸도 갇힌다. 평소 같으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인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생각에 갇혀있을 때는 문 밖으로 나가기 조차 힘들다. 생각과 감정은 몸을 움직여 다른 분위기 장소로 이동만 해도 된다.


올해 수능시험이 꽤 어려웠던 모양이다. 첫 시험 국어시간 시험지를 받아 들자마자 멘붕이 온 수험생들은 이후 줄줄이 시험을 망친 사례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첫 아이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 두 달 전부터 두문불출하던 지인이 수능 이후 소식이 없다. 독서모임날 몸이 안 좋아 참여가 어렵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속으로 아들이 기대한 결과에 미치지 못했나 싶다. 마음이 쓰여 모임방에 톡을 올렸다. 12월 마무리도 할 겸 차 마시고 수다 떨자고 번개 제안을 했다. 자주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지금 상태가 어떨지 짐작이 된다. 이럴 때 메시지를 보내거나 집 밖으로 불러내 말하게 하면 된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 일이 있고 나서 마음이 쓰였는데 지금은 좀 어때?" 이렇게 물어봐주면 된다. 말하고 나면 숨을 길게 내쉬면서 말한다. "밖에 나와서 얘기하니까 풀려요. 지금 상태가 어떤지 물어봐주고 바깥으로 불러내 줘서 고마워요"

초등시절,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혼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시무룩했는데 엄마한테 들킬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  없었던 것처럼 엄마 묻는 말에 대답하면서 간식 먹고 있는데 속으로 속상하고 억울하고 기분이 엉망이다. 아이는 기분을 내색하지 않고 엄마 기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티가  날수 없다. 엄마가 묻는다. "오늘 기분 별로인  같은데 학교에서 무슨  있었어? 우리 아들 기분 별루면 엄마도 별로야. 지금 기분 어때?" 물어봐주면 아이는 금세  주위가 빨개진다. 눈물이 금세 주르륵 흘러내린다.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탈출구다. 그만큼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말하면서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하면서 스스로 출구를 찾아간다. 아이들만 그런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감정과 새각, 욕구를 말하는 자기표현은  자체로 출구 역할을 한다. 때로는 문을 열고 나와 자유로와질  있는 현관문 역할을 하고 문을 열어 환기하는 통풍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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