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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Jan 07. 2022

꿈에 신세계 정용진 사장이

요조 책을 읽고 요조 같은 작가가 되고 싶어

꿈에 신세계 정용진 사장이 나타났다. 신이 나서 오토바이 엑셀을 헛바퀴 돌려가며 달리고 있었다. 날이 오토바이 타기  안성맞춤이었다. 바람에 머리가 마구 휘날려 시야를 가리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길가에 슈퍼, 햄버거 가게, 지하철역 입구가 휙쉭 지나간다. 너무 신나서 앞만 보고 달린다. 옆을 보니 신세계 정용진 사장이 속력을 내서 달려오더니 훅하고 나를 앞질러 간다. ! ! 하는 사이  벌어진 상체 뒷모습만 보인다. 인스타그램에 정용진 사장과 연결되어 있어 그가 올리는 사진들을 보고 있다. 어제는 착시효과를 불러오는 복잡한 사선 디자인 골프웨어를 올렸다. 아들이 정용진 사장이 인수한 야구단에 원서를 내서 1 서류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페이스북 watch 동영상에서 삼성그룹 막내딸 이명희회장이 신세계를 어떻게 일구어왔는지 영상이 있어 보고 잤더니 정용진 사장이 꿈에 친히 찾아오셨다.

꿈의 발단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마구 펼쳐졌다. 그래서 꿈꾸다란 말이 붙여졌나 보다. 요조 작가의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을 읽었다. 글을 쓰거나 책 쓰기 모임 PPT를 만들려고 카페에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샛길로 빠졌다. 핸들을 휙 꺾어 강가로 달렸다. 강변에 차를 세우고 11시 방향에서 쏟아지듯 빛나는 햇살을 마음껏 쪼였다. 겨울다운 칼칼한 바람과 봄볕같이 따스한 겨울 햇살을 맞는 맛은 달콤한 라테 같았다. 일 할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 카페에 자리 잡고 요조 책을 단숨에 읽었다. 도서관에서 검색해 보니 요조의 같은 책이 여섯 권이나 있어 사람들에게 잘 읽히나 보다 싶었는데 역시나다. 요조보다 임경선 작가를 먼저 알고 그러다 요조와 임경선이 함께 쓴 책을 통해 그녀를 알게 됐다. 요조 책을 읽으면서 책 제목이 시에 나오는 구절이란 사실이 신선했다. 요조란 작가 이름은 '인간실격'이란 영화 인물에서 따왔다고 한다. 나도 다음 책을 낼 때는 또 다른 부케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이 달라지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영감을 얻었다. 요조 책을 다 읽고 나도 작가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책 한 권 달랑 내고 다음 책 겨우 자가 출판하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 지질한 작가가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책을 통해 사람들과 인연이 맺어지기 시작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마구 마구 생겼다.


자기 전에 그래서 꿈 배양법이라고 융이 알려준 안내문을 나에게 읽어주었다. 꿈 배양법은 융의 책 '내그림자에게 말걸기'를 읽다가 따라 해보고 싶어서 담아둔 정보다. 책 원문 그대로 내 목소리를 담아 음성파일을 만들어뒀다. 가끔 뭔가 답이 필요할때 시험삼아 해보는 중이다.

융은 자기 전에 꿈을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진실한 답을 꿈에서 들을  있도록 돕는 안내인 ' 배양법' 소개하고 있다.  꿈배양법을 통해 꿈에 듣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내가  나가는 작가로 이름을 펼칠  있는 자질이 있는가?" "그런 염원 뒤에 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가지 질문을 품고 잠이 들었다.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리 뒤척 저리  척하다가 페이스북 watch에서 삼성 재벌가 막내딸 이명희회장과 유통재벌 정용진 사장 영상을 보고 잤다.

여하튼 꿈에 정용진 사장이 나온 사실 중요하지 않다. 난데없이 정용진 사장이 꿈에 나타나는 바람에  꿈을 통해 듣고 싶었는지 헷갈렸다.  배양법에 따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에서  기억을 적는 거다. 꿈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꿈을 기록하다가 꽂힌 장면은 '헬멧을 쓰지 않고 신나게 달리다가 정용진 사장이 사라지고 나서야 ? 머리가 시리다는 사실' 발견했다. '머리가 비어있잖아? 계속 달리다간 경찰에 걸린 텐데.'  이런 생긱이 들자 금방이라도 경찰차가 쫓아올  같아 팔다리 힘이 쭈욱 빠지면서 앞이 캄캄하다. 그렇게 호기 있게 신나게 달리다가 일순간에 발발 떠는 모습이라니.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헬멧 없이 계속 달릴  없는 노릇이다. 가장 중요한 안전 장비를 챙기지 못하고 생각만 앞서서 노래 부르고 환호성 지른 꼴이라니. 가끔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리거나 변죽을 울려 낭패감을 느낀 적이 많다. 이게 내가  나가는 사람이 되는  방해하는 요인일  있다.

꿈 배양법 안내를 받아 접신한 내 꿈의 메시지는 이렇다. '생각만 앞서서 들떠봤자 멀리 못 간다' 아무리 요조처럼 살고 싶어도, 요조같이 임경선을 친구처럼 사귀고 싶어도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와 한 줄이라도 글을 써야 뜨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한 달 이상한 줄로 쓰지 않고 있던 브런치 글을 차분하게 내 자리로 돌아와 다시 쓰는 중이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남편이, 가족이, 시댁이 내 발목을 잡고 있어, 뭘 좀 할만하면 발목을 잡아서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아" 어제도 그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나서 왜 자주 다른 사람에게 내 발목을 내어주는지 겨우 다시 생각해보고 있던 중이었다. 내 발목은 내가 잡고, 남이 내 발목을 잡으려고 할 때 잡히지 않으면 될 일을 남 탓을 하다니 말이다. 모두 핑계다. 내가 꾸민 자작극이요. 내가 쳐놓은 내 덫에 내가 걸린다 매번. 돌아보니 대부분 생각이 앞서 달린 결과의 꼴이다. 다시 돌아와 차분하게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국화꽃으로 살아야 할 일이다. 새해 첫 주 꿈 이야기는 이것으로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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