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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Sep 10. 2022

지독히 계획적인, 조심스러운

그림을 그리다


그림 스케치 선을 보면 그 사람 성격과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림을 처음 그릴 때 연필로 그리는 사람은 초보다. 잘 못 그리면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하니 연필로 그려야 안심이 된다. 연필로 주저주저, 지저분하게 그린 선을 '털선'이라고 부른다. 마치 털이 난 듯 지저분하게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을 한 번에 스윽하고 자신 있게 긋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주저주저 그려서 '털선'이다. 그림 선생님은 연필로 그리지 말고 펜으로 그리는 연습을 처음부터 하라고 한다. 망치면 다시 그리면 된다고 지우개질 없이 펜 드로잉에 도전하라고 부추긴다.


수업에 참여한 첫날 그림 선생님이 말했다. "그림 그려보신  알았어요" 첫날 질문을  많이 해서 그림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그리는  알았다 한다. 아는 체하면서 실력 없음을 감추는 나의 속임수이다. 선생님 말을 듣고 부끄러웠다.  그리면 가만히 있으면  일이지 괜히 나대서 실력 없음이 드러난 꼴이라 생각하니  창피했다. 들켰다는 기분이 잠시 들었지만 배움 또한 있다. ' 못할까  두려울  질문을 많이 하는구나'. 그림 그리기 덕분에 나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됐으니 감사할 일이다. 학교 졸업   번도 붓을 잡아   없으니 그림 그리기가 두려운게 당연하다. 그래도 부러워만 하지 않고 그림 그리기에 도전했으니 기특하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맛을 보지 않으면 내가 잘할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다. 부끄러움으로 잠시 로왔지만 알게 돼서 다행이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잘하려고 하지 말라" 말이다. 분명 연필로 약하게 그린 , 흐리게 여러  끊어질  그린 선을 보고  말일거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스케치 선을 보고 그림 그리는 사람의 개인 DNA, 성향, 성격, 실력을 엿본다. 아나운서는 목소리 들으면  사람 인성과 교양 정도, 심리상태, 성격이나 성향까지   있다고 한다. 요리사는 어떨까? 칼질할  요리실력을 알아본다. 이래 저래 자신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솔직함이 답이다.



스케치를 하다가 좌절스러웠다. 열심히 그린다고 그리는데 자신 있게, 스윽,  그린 그림이랑 비교해 초라한 느낌이 든다. 계속 그릴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다르게 시작해야 할까?

카프카는 ‘다른 내가 되기 위한 여행법’에 대해 이렇게 한다. “지금 여기서 나를 먹이고 살리던 것을 먹지 않기, 바꾸어 말해 지금 여기서 새롭게 맛볼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구하는 것이 여행의 기술이다. 그럼  새로운 양식을 어떻게 구하나. 우선 지금까지 당연하게 먹어온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무엇을 먹지 않았던가가 보일 것이다."

고민하다 연필로 그리기를 멈췄다. 지우개와 연필을 꺼내지 않고 곧장 펜을 들었다. 풍경을 그릴  쉽게 그릴  있는 곳을 찾는 습관을 관찰한다. 나무 그리기 어려우니 나무 없는 . 그리기 어려우니 기와집 빼고 그릴 곳을 찾는다. 스윽 훓어보고 익숙하게 그릴 풍경을 찾는다. 이런 나를 알아차린다. 카프카의 '지금 여기서 새롭게 맛볼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하라’는 말이 도움이 된다.


펜으로 그리자 신기하게도 선이 자신 있게 주욱 매끄럽게 그려진다. 자신 있는 선은  자체로 만족감을 준다. 세상에 틀린 그림은 없다. 오히려 비뚤 비뚤 어설픈 그림이  매력적일  있다. 그림이 주는 매력이다. 조금 다르게 했더니 자신감이 생긴다.

글쓰기에서 오래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겨울을 보낸 나에게 그림은 조금씩 '다르게 여행하는 ' 익힐 기회를 준다. 글쓰기보다 변화가 즉각적이고 쉽다. 애쓰지 않기 위해 풍경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그리면 된다.  선으로 끊지 않고 이어서 그릴수록 자신 있는 그림이 완성된다.



글쓰기  시작이 책을 쓰기 위한 목적이어서 자유롭고, 즐거운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번째 글쓰기도 책을 쓰는 목적에서 시작했는데, 마침 코로나 시기여서 글쓰기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대신한 시간이었다. 글을  때는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았다. 출판 시장이 어려워  출간이 막히자 전자출판을 배워 혼자 전자책을 냈다.  쓰기를 목적으로  글쓰기는  권을 책을 내고 나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글이 써지지 않았다. '잘하고 싶다' 욕망에 갇혀 글쓰기가 즐겁지 않았다. 글을 쓰는 동안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한 시간이  행복감, 내적인 기쁨을 느끼고 다는 열망은 계속됐다. 지나고 보니  출간보다  쓰는 시간이 행복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  목차와 기획서만 여러 차례 쓰다 그만두었다. '잘하려는 마음' '  쓰고 싶은 마음'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삶의 습관, 생각의 방식, 좋아하는 취향과 다른 방식으로 살고 싶다. 그러려면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쓰지 않은 손을 사용해 밥을 먹어  필요가 있다. 목적지를 정해 어디서,  할지 검색하고 출발하는 대신 집을 나서서 그냥 길을 보고 싶다. 익숙한  보다 가보지 않은 뒷골목 탐험 같은 새로움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그림 그리기' 그렇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탐험,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는 새로운 시도의 시작이다.

연필로 스케치를 멈춘 , 이제 어떤 글을 쓸지 미리 계획하지 않고 쓴다. 마음에서 쓰고 싶어하는 글을 쓰고 다. 스케치에 채색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중단했던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가 글쓰기에 어떤 영감과 영향을 주는지 탐색 중이다. 그림 그리기, 글쓰기 모두 놀이처럼 즐길  있는 친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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