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처방전/ 부모의 기대 안에는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있다.
유치원 부모교육에서 만난 영화 엄마는 자녀가 셋이다. 첫째가 딸이고 아들이 둘, 6 살 5살 3살 자녀를
키우다 보니 정말 정신이 없다. 영화 엄마는 자녀를 키우면서 몸이 힘들고 지치는 것보다 화 때문에 고민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도가 지나칠 정도로 순식간에 화나는 상황이 있는데 바로 큰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 같을 때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를 끼고 살았다. 우유를 조금도 먹이지 않고 온전히 수유로 아이를 키웠다. 첫 아이에게 사랑을 정말 충분히 주고 싶었고 그렇게 키웠다. 남편이 아이 낳더니 육아에 미쳤다고 말할 정도였다. 문제는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다. 첫 아이에게 쏟았던 사랑이 둘째에게 옮겨가자 첫 아이가 떼를 쓰고 화를 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그런 첫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 같은 죄책감, 엄마라면 동일하게 사랑을 줘야 한다는 강박증과 사랑이 부족하다는 자책이 화를 내는 원인 됐다. 친구 엄마들이 차 마시면서 첫 아이를 보면서 “ 영화야, 동생 둘이라 네가 힘들겠다”하는 말을 듣거나 그런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때면 어김없이 속에서 화가 나기 시작한다. ‘아이 셋이라 골고루 사랑해 주느라 정말 노력하는데 내가 부족한가? 큰 아이에 대한 사랑이 모자란가 보다, 내가 잘못하고 있나 봐 ‘
영화 엄마는 어린 시절 딸 셋 중 둘째로 자랐다. 언니와 동생 사이에 끼어서 엄마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늘 외로웠던 기억이 있다.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때 사랑을 공평하게 주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첫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리거나, 사랑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면 여지없이 자책감, 죄책감에 이어 자녀와 자신에게 화가 반복적으로 났던 것이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는 왜 생기는 걸까? 자신의 상처를 아이를 통해서 되돌리기 위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어릴 때 자신이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경우,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극복하려는 미해결 과제가 남는다. 누군가를 과도하게 잘 챙겨주는 사람은 내면에 자신이 보살핌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잘 챙겨주는 것에 집착하는 엄마는 사실은 자신이 어린 시절 받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에도 자녀양육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평상시에 무의식에 깔린 어린 시절 상처는 잠을 자고 있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갈등 상황이 오면 잠자고 있던 상처가 활동한다. 평상시 같으면 화를 내지 않을 일에 마음이 요동쳐 미친 듯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게 된다.
이처럼 좋은 엄마 콤플렉스는 내가 못다 이룬 것을 이루고 싶은 소망이 아이에게 투사된 것이다. 부모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아이를 통해서 이루고 싶어 한다. 아이가 뒤처지면 불안하고 아이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내가 부족한 생각이 든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인생을 다시 새로 시작하는 기회로 잡는 것처럼 아이를 통해 못했던 것을 채우고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면 할수록 화가 나요’이 말이 전하는 메시지는 부모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자신의 어떤 결핍을 자녀에게 주고 싶어 하지 않은지에서 출발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자녀에게 반복적으로 쏟아붓게 되는 화 속에 답이 들어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자신의 결핍을 자녀에게서 채우려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모의 기대, 부모의 욕심 안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들어있다. 그래서 자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비우기 정말 어렵다. 자녀에게 어떤 상황에서 화가 자주 나는지 화의 신호가 뭘 말하는지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부모 자신과 소통이 되지 않고 부모가 자신을 먼저 사랑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자녀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