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증후군 VS 애쓰지않기

분노처방전/ 중년의 사추기, 빈둥지증후군 이후 줄어든 애쓰기

by 남정하


큰 아이를 시댁에서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때가 만 3세 였다. 결혼하고 직장에 다니는 동안 시어머님이 맡아 키워 주시고 주말에 보려 갔다. 짬짬이 일을 손에 놓지 않으면서 아이도 키우고 싶었다.

시어머님이 장손인 아들을 그 분 성품처럼 정성껏 키워주셨는데 어느 날 데려가겠다고 해서 서운해 하셨다.

직장에만 전념해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허전했다. 아이 키우는 어머님이 행복해 보이기 까지 했다.
그렇게 아이를 시댁에서 데려온 그날 부터 내 삶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의 ' 애쓰기 '가 시작됐다.

자녀를 ' 애를 쓰며 키운다 ' ' 정성을 다해 키운다 ' ' 신경을 써서 키운다' 이 말 속에 부모로서 어떤 감정들이 들어있는지 키워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큰 애 6살 때였나보다. 무슨 일인지 야단을 치다가 아이가 반응이 없자 엄청 화가 났던 것 같다.

" 엄마 잘못했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하면서 빌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엄마의 이런 기대와 조바심과는 아랑곳 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 아들에게 울컥하고 감정이 쏟아졌다. " 엄마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런 엄마가 안 보여? 너 잘 키우려고 애 쓰고 노력하는 모습 안 보이냐구? 어쩜 그렇게 아무 생각이 없니 도대체."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다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애가 뭘 안다고 붙잡고 엄마

마음 알아달라고 협박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다. 그 이후로 주욱 큰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노력하고 애를 쓴 시간이 이어졌다. 애를 쓰면 쓸수록 화가 나고, 참았다 폭발했다 반복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중,고생 부모들에게 부모교육을 할 때 들려주는 시가 있다.

' 청소년 기도'란 제목의 시이다. " 엄마가 나 없을 때 방에 들어오지 않게 해 주세요. 나 몰래 핸드폰 열어보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 물어보지 않게 해 주세요. ( 중략 ) 엄마가 동창모임 갔다가 제가 돌아올 시간이라며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가 나한테 너 하나 보고 산다고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무엇보다 엄마가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게 해주세요 "

부모, 자식 간을 천륜이라 한다. 부모가 자식이 밉다고 버려둘 수 있을 것 같으면 왜 천륜이라 하겠는가? 부모교육서에, 심리상담가들이 부모에게 애쓰지 많고 마음을 비우라고 수없이 얘기하는 이유는 잘 안되기 때문 아니겠나 . 그래서 계속해서 배우라고 권한다. 하루 배워서 3일 실천하고, 자녀에게 화 내고 또 배우고 3일 편안하게 살길 가르친다. 두 아이를 다 키워놓고 돌아보니 천륜으로 얽힌 인연을 푸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비우고 내려놓는다 해도 머리로 내려놓으려 애를 쓴 것 뿐이었다.

정작 몸과 마음이 자식에 대한 집착과 기대, 욕심을 내려놓기 까지 인생의 반이 훌쩍 지났다.




큰 아이가 고3 무렵이었다. 봄이 시작되고 꽃샘추위를 오락가락 되풀이 하더니 저녁 무렵 석양에 붉은 기운이 완연히 감돌았다.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유없이.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가슴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뭔가 두 손으로 꽉 쥐고 어금니를 물고 하루 하루 살아오게 하던 기운이 쑥 빠져 나간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기 전, 젏은 시절 만났던 사람들이 그립고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한번도 떠오르지 않던 얼굴들 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날마다 하던 밥하기가 시들해 지고, 아이가 공부를 하든 말든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중년 사추기였다. 함께 온 '빈둥지 증후군'이었다. 인생의 시계가 이제 더 이상 자식 키우기에서 자유로와 지라는 듯 움켜 잡고 왔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비우게 했다. 몸이 비워지니 마음은 저절로 텅비었다.

텅빈 마음은 더이상 가족 돌보기, 자녀양육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눈에 들어오던 자식이 관심에서 한발 짝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찾아온 '빈둥지 증후군' 이후, 아이에 대한 애쓰기에서 조금 홀가분해 진 것 같다.

그동안 아이 키우기에 얼마나 애 쓰며 살았는지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애쓰지 않고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또 얼마나 자책하며 살았는지 느껴졌다. 외로웠지만 편안해졌다.

세상은 안달한다고 꽃이 일찍 피지 않는 다는 자연의 이치를 몸으로 체득한 순간이었다. 기다림은

기다리는 마음이 있으면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그러함을 믿는 그 마음으로 척 밀쳐두고 내 일을 하는 무심함이 기다림이라 생각한다. 자녀를 키울때 특히 그러하다. 자연의 이치, 사람의 성장을

믿는다면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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