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과 뚝배기

by 진진



일훈은 말할 때 꼭 '~말이야' 하고 시작한다. 내가 말이야, 저건 말이야, 어젠 말이야, 미국에서 말이야. 말이야 하고 시작하면 '또 시작이군' 하면 된다.


"순대국밥은 말이야," 또 시작이군. 일훈 앞자리에 앉은 서해는 깍두기를 베어 물면서 일훈을 노려봤다.


"다 똑같은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단 말이야." 일훈은 숟가락을 서해에게 까닥까닥 거리며 말했다. 입안에는 아직 씹다 말은 쌀밥에 고기가 국물에 섞여 질겅 거렸다. 숟가락에서 국물이 떨어져 식탁 위에 둔 물건에 한방울 똑. 떨어졌다. 서해는 표정을 찡그리고 물건을 옮겨 넣었다.


"뚝배기는 말이야. 중국산이 오히려 더 좋은데, 그걸 몰라서 다들 비싸게 한국산을 쓰더라고." 일훈이 하는 말은 항상 거슬린다. 약에 취했다 깬 뒤에 일훈은 항상 순대국밥을 먹으러 왔다. 단골이라며 오는 순대국밥집은 꽤나 유명한 오래된 맛집도 아니었다. 그냥 노란 간판 달린 체인점이다.


"중국산 뚝배기가 단단해. 밀도가 높다는 거지. 잘 안 깨져. 중국에서 나는 흙이 달라서 그래. 중금속도 있고. 미세하게 국물은 계속 먹어서 오래 쓰면 쓸 수록 맛도 좋지. 맛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서해는 옆 테이블을 둘러본다. 요 옆. 저 옆, 그 뒤에. 데리고 온 부하가 다섯놈은 되는군. 이런 놈도 지들 형님이라고 늘 같이 다닌다. 일훈은 '꼬붕들이랑은 겸상 안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니까 이 새끼야. 국밥이란 건 말이야. 이렇게 뜨거워야 제 맛이야. 히히히."


서해는 한참을 그대로 둔 뚝배기를 높이 들어 바닥을 봤다. "이 뚝배기는 국산인데요 형님?" 거칠게 뚝배기를 식탁에 던져놓았다. 다대기를 진하게 푼 국물과 들깨가루가 묻어 검붉어진 고기가 넘쳐 흘렀다.


일훈 : "뭐 임마?"


서해 : "국산이라고요 형님. 중국산 아닙니다."


일훈 : "이 새끼 순대 잘못 먹었나."


일훈은 서해가 비워낸 뚝배기를 들어버리더니 서해의 머리를 내려쳤다. 순간 내려치는 뚝배기를 서해는 보면서 피식 웃엇다. 일훈이 내려친 뚝배기는 깨져 버렸다. 뚝배기에서 빨간 물이 흘렀다. 서해는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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