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가려주던 긴 밤이 지나고
새의 발자국만 남은 천장을 바라보다가
움켜쥔 수도꼭지에서 콸콸 새는 빗물
타일 사이에 맺힌 습기와
입속으로 역류하는 슬픔과
아래로 흘러내리는 처음들이
마른 나를 적시곤 하였습니다
각진 거울의 표면을 만질 때
미끌거리는 촉감은 슬퍼집니다
닿을 수 없는 사람과의 거리가
이렇게 가깝고 딱딱해서야
투명을 검게 칠한 활자들로
틈을 메워보려 힘을 주어도
당신은 벌써 먼 곳의 냇물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갑니다
문을 잠그니 공중에 떠오르는 방울들
당신이 꽁꽁 숨겼던 마음과
우리가 내내 다투던 사랑이
이제서야 내 손등 위로 떨어집니다
우리는 염증처럼
아물지 않은 딱지를 긁어내며
서로를 아파하기만 했습니다
아리듯 떠오르는 당신은
천장 아래 수분이 되어
호흡이 되어
축축해진 미안을 묻히게 합니다
빈 화병에 가득 담아
꽃이라 부르고 싶은 이 밤
창문을 검게 칠해도
눈치 없이 밝아지는
당신은 긴 밤에 가려져 있던
슬픈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