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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y Jun 16. 2023

피아노 치는 날

영역확장! 교재제작

재미있는 유아 수업.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이 없을까?

레슨 회사에 소속되어 유아수업 프로그램을 할 때도 지금 학원에서 유아수업을 할 때에도 똑같았다. 교재마다 프로그램마다 장단점은 확실하다. 굳이 그 방침을 똑같이 하지는 못한다. 그건 아이마다 다 다르기에 내 나름의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들을 찾았다. 큰 틀은 지키되 수업하는 아이마다 다른 변주를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도 나도 즐거운 수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최근까지도 열심히 쓰던 교재가 있었다.

현장에서의 경험으로는 그 교재의 노래들과 취지는 너무나 좋지만 피아노로의 연계가 또는 다른 악기로의 연계가 아쉬운 편이었다. 또 아이들의 신체발달에 약간은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 방식대로 바꿔가며 잘 사용 중이었다.

갑자기 판권이 넘어가고, 가맹점만 교재를 사용할 수 있단다.

겸사겸사 이 기회에 책을 만들기로 했다. 역시나 무식하면 용감했다.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배우고 연구했던 내용들이 펼쳐져 있었다. 꼭 하고 싶은 수업 내용도, 필요한 내용도 순서대로 다 정리가 되어 있었다.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난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 그냥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검색해서 적용하는 정도이다. 연주영상 편집이나, 연주회 프로그램, 악보 만들기 정도?

이것도 능숙하게는 아니고 끙끙거리며 남들보단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겁도 없이 책을 만들겠다니....

유아 교재이다 보니 악보랑 그림들이 많이 들어가야 했다.

내가 원하는 그림들은 구하기도 어렵고 저작권 문제도 있었다.

수업용으로 들고 다니는 오래된 아이패드로 내가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출근 전 오전, 퇴근 후 자기 전까지 수업을 안 하고 있을 땐 틈틈이 그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때마침 집합금지 5주가 걸리면서 넉넉한 시간으로 완성을 하게 되었다.만약 이런 미션이 없이 5주를 손 놓고 집에서 놀았다면 미쳐버렸을 것이다.


완성된 책을 받고 엄청나게 뿌듯했다.

당장에 이교재로 수업을 시작하진 못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약간이나마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 교재로 수업을 진행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신규 유아수업은 이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교재를 사용해서 수업을 하는 것은 나만 가능하다.내 기술로는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을 전부 옮기지는 못했다. 꼭 필요한 내용을 책으로 단순하게 옮겼고,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꺼내 수업을 진행한다.

내가 만든 교재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수업.

지금은 유아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형님반으로 올라가서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아이들을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좀 더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서 그림이나 내용을 예쁘게 보강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계속 난 무언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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