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nny May 30. 2023

피아노 치는 날

그놈의 코로나!!!

그래!!! 그놈의 코로나!!!

너가 다 망쳤어?!

아니....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내가 망쳤지...



우리 학원은 횟수제 수업을 한다. 주 몇회 월 몇회. 이 횟수가 다 채워져야만 수업료를 받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간혹 수업 횟수를 채우지 못하면 그 달 안에 보강을 했다. 아이들은 빠진 수업을 보강 받으면서 혹시라도 결석하게 되어 수업간의 텀이 길어지면 배운 내용들을 잊어버리는 일들을 막을 수 있었다. 물론 나도 운영을 하는 입장에서 다달이 수업료를 받을 수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의 집합 금지가 우리에겐 독이 되었다. 길게는 5주 집합 금지도 되었었고, 짧게는 일주일? 그 영향으로 아이들의 수업은 일정하지 않게 되었다. 누구는 이제 1회 시작이고 누구는 4회? 5회? 출석부를 붙잡고 열심히 아이들의 횟수를 체크했다. 누구하나 빠져도 보강이란 말은 꺼내보기도 힘들었다.

거리두기와 갖은 인원제한이 '보강'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역적으로 만드는 느낌이었다. 수업료를 월 단위로 결제하는 학원은 그냥 한달을 통으로 쉬어 버리면 그만이다. 우리는 드문드문 출석을 해도 수업료를 낸 만큼 수업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고객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니 길게 보자고 생각했다. 그땐 코로나가 이렇게 몇년이나 지속 될 줄도 몰랐다. 몇 달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럼 그때 열심히 보강을 해서 원상 복구가 될 거라고...


몇 년이 지나버리니 이젠 그 전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일 취소는 안된다고 분명 못 박았지만 놀이터에서 놀며 결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좋은게 좋은거지만 난 바보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허허 웃는다. 아이가 갑자기 아픈 것도 아닌데 모두가 우리 학원은 그냥 맘대로 빠져도 손해 보지 않는 학원으로 생각한다. 호의를 베풀었지만 난 호구가 되어있다. 씁쓸하다.


나라에서도 열심히 재난 지원금을 풀었지만, 그건 독이었다. 그땐 왜 몰랐을까? 지원금을 받으면서까지 버티는 건 바보다. 그냥 빨리 접었어야만 했다. 지원금이든 코로나 대출이든 그건 다 빚으로 눈덩이처럼 몰려올 거라는 걸 왜 몰랐을까? 나라에서 나와같은 호구들에게 희망으로 보이는 그물을 친 것 뿐이다. 발등의 불은 꺼졌지만 그 앞에 산불은 보지도 못한 것이다. 이제 그 빚을 갚으려 다른 고금리 대출을 찾을 뿐이다. 빚이 늘어남에 따라 난 노예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직도 이 방식을 고수하는 난 그물에 걸려서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물고기다. 기적처럼 그물에 구멍이 나 있길 바래본다. 바보같다고 다들 비웃겠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여러 방법을 생각중이다.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방역도 열심히 하고, 말도 잘 들었는데.... 지금 죽기엔 억울하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 치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