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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Mar 22. 2022

85살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고 느낀 점

나(이 들어)도 여자랍니다

보통날에 많은 선물을 해왔지만, 꽃은 처음이었다.


*이 글이 평소 '잘해야지'하며 생각만 하는 분에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꽃을 선물해보세요, 그의 일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날이 보통날이면 더욱이요.









어제 새벽부터 아파서 당신의 몸을 퍽퍽치고, 끙끙 앓으며, 신경이 부쩍 예민해진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위해 뭘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꽃을 선물하기로 했다.





이날 1시간마다 해놓은 todo 알림이 회사에서 바쁜 와중에도

잊지 말라며, 오늘 아니면 안 된다고, 후회하지 말라며 꾸준히 팁을 줬다.


마침 퇴근길에 프로모션 하는 꽃집을 발견, 여기다 싶어 들어가, 이거다 싶어 프리지아를 사기로 했다.


"앞에서 고르시고, 가져오시면 돼요"


꽃집 사장은 프리지아 근처에서 두리번거리는 내게 말했다.


"어떤 게 좋은 건가요?"


꽃집 사장은 다른 사람의 계산을 도와주던 중, '꽃알못인가?'하는 표정으로 날 잠시 응시한 후 말했다.


"아 잠시만요, 제가 이거만 하고 도와드릴게요"


계산을 마친 꽃집 사장이 몇 줄기의 프리지아를 고를 때 내가 말했다.


"할머니 드릴 건데요, 어떤 게 좋을까요?"


꽃집 사장은 내 '치트키'에 더 애정을 갖고 골라주는 듯 보였다.

(할머니와 함께하며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딜 가서 무얼 살 때, "할머니 드릴 건데-"라는 말을 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나, 최상의 상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나는 꽃집 사장이 (애정을 쏟아) 골라준, 프리지아를 구매해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선물 받는 사람보다, 선물하는 사람이 갖기쁨이 크다고 생각하는 나는, 평소보다 빠르게 번호키를 눌렀다,

할머니가 기뻐할 생각에.


삑삑삑삑. 삐리리~~~!


중문을 통해, 할머니가 부엌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신발도 정돈하지 않은 채 할머니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했다.


이후 나는, #리틀콜드 #littlecold 한 말로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선물이여




위 들뜬 마음에 아우른 준비과정을 매몰차게 배신하듯 정 없이, 좀 차게 말한 거다.



그럼에도, "웬 꽃이야?(웃음)" 하며 좋아하던 '그녀'.


또 손자의 농("아니, 꽃을 무슨 마이크처럼 들고 계셔")에 활짝 웃는 할머니.


마치 마이크를 들고 있는 듯한 할머니(허락을 맡은 사진입니다)


할머니와 생활하며, 또 금번 꽃 선물로 다시금 느낀 것은, 여자는 나이 들어도 여자라는 거다. 아니, 여자를 떠나서 어린 소녀 같다. 평소 아픈 몸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내게 투정이나 짜증을 부릴 때는 그냥 미운 아기 같은데, 이럴 때는 정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녀가 된다 ㅎㅎ.


이 글을 쓰며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본다, 참 잘했다 싶다.


나는 공식적 기념일보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 기념일로 변모하는 게 왜 이리 좋은지.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손자 작가 리틀콜드 씀.




위 식탁에 묻은 양념이 이 집 갬성이라죠.






#이봐젊은이 다음의 이야기

#할머니둘과삽니다 #당신의소리가꺼지고난후


"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관찰'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주변 고령자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련 매거진 연재 중(아래)

https://brunch.co.kr/magazine/2ba2


- 바쁜 일상에서 잊고 사는 것에 관해 씁니다. 제 글이 도움 됐다면, 좋아요/구독 등을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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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jjom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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