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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다

고국

by 블루 스카이

신경이 예민하다

그나마 평소, 평범, 평이한 날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특별하거나 이상하거나 틀리면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이윤

그 성격이 그 고집이 그 예민함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리라

내 얼굴도 피해 갈 수 없다 아니 피할 수도

오늘도 이 예민함이 듬뿍 담긴 날 중 하루다

출국을 앞두고 챙기고 챙기고 시간까지 정했지만

나보다 위에 있는 남편이 30분 늦게 약속을 잡고는 내겐 이야기도 하지 않고는 내 출발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출발해야 하는데 차 안 오고 있다고 이야기하니 30분까지 온다는 이야기를 그때서야 한다.

난 이미 짐을 밖에 두고 아직 오지 않는 차를 기다리느라 목을 길게 빼고 있는데 말이다.

침을 꿀~꺽

‘공항에 사람이 많아 늦기만 해 봐라.‘하고 있는데

30분이 되니 차가 왔고 눈발을 헤치며 달려간 공항 안은 다행히도 사람이 많지 않아 티켓팅 그리고 보안 검색대를 지나 비행기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다소 맘이 놓인다.

여기저기 한국말이 들린다 - 역시 한국 가는 비행기라 한국말 가능한 승무원도 세명이나 있고-

날씨가 추워 계속 얼음을 녹이느라 출발이 늦어진다는 안내말이 나온다.

그렇게 비행기는 땅을 떠나고 긴 비행은 시작됐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출발을 하니 두 사람만큼 신경이 쓰인다. 내 몸 하나도 힘든데…라며 잠을 청하지만

우리 둘은 계속 뒤척뒤척.

잠이라도 자야 그나마 수훨할터인데 계속 뒤척이다

도착한 인천…

일찍 일어나야 하는 당일부터 도착까지 잠을 못 잤더니 속도 머리도 몸도 여엉 상태가 말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비행기만 도착해 사람이 많지 않아 짐 찾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진 않았다는 거다. 짐을 끌고 또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데 배도 몸도 고프다. 기내식도 별로였고 잠을 못 자니 지방까진 못 내려간다는 남편말에 대충 밥을 먹고는 공항 근처에 몸을 누였다. 그런데 밥도 먹고 샤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 억지로 잠을 청해 두어 시간 자고 나니 눈이 번쩍 뜨인다 시차적응이 필요한 우리의 몸. 그렇게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했다.

출발 전엔 먹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

첨 만난 음식 맛있게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둘은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으로 끄적끄적하다 급기야 젓가락까지 놓고는 물로 배를 채웠다.

여행을 왔지만 몸이 피곤하니 보는 것도 먹는 것도 귀찮다 아니 생각 없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오늘은 딴생각 말고 깊은 수면에 빠져야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우린 면후경‘(-수면 후 구경)

아파도 슬퍼도 피곤해도 짜증 나도 …

나는 잠이 답인데 못 자니 다 구찮다 구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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