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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없는 상태

by 블루 스카이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예전의 일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나 어제일은 기억하지 못하신다.

아침에 먹은 밥을 오후에 기억 못 하고

어제 본 손녀에게 숙모가 왔음을 말하고 또 말하신다.

그리고 밥을 먹지 않고 통닭으로 저녁을 대신한 아들에게 연신 “저녁 먹어야지” 하신다.

부쩍 잠꼬대를 하신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진 못하는 그런 둥실둥실한 말을.


그렇다 이번 고국방문의 첫 번째 목적( 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아 사용함) 은 시어머님의 치매증상으로 인한 아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서다.

시간이 있으면 아니 없으셔도 만들어 으래 전화를 하시며 가족의 안부를 물으셨던 어머님의 전화가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한 달에 한번 급기야 아들이 있음을 인지 못하실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찾아뵈어야겠다는 남편의 뜻이 있어 작년 고국방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방문한 까닭이다.


효도 어렵지 않다.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손 잡아주고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살갑게 대하면 된다.

효도는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것 그거다.

근데 그게 어려웠다.

부모님의 하늘나라 행.

그 후로 참 많이 가슴이 아팠다.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가족도 없이 결혼을 하고 가족도 없이 지내며 명철은 커녕 생신조차 챙기지 못하는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나의 효도점수는 그렇게 바닥이었다.

그래서 많이 울었다. 운다고 해결을 할 수도 되지도 않지만 그저 마음에 비를 내려 씻기엔 이만한 게 없었으니.

그래서 조금은 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는가.

알면 보이면 하자 그게 젤루 쉽다. 그래야 편하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그래서 일 년 내 두 번의 고국행이지만 우리는 감행을 했고 우리는 어머님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더하고 그렇게 젤루 쉬운 효도 중이다.


많이 억척스러우셨던 분

많이 자기주장이 강하셨던 분

자기 건 아껴도 자식들에겐 한없이 넉넉하셨던 분

젊은 나이에 남편도 없이 홀로 삼 남매를 키우며 살아야 했기에 억척스러우셨고 주장이 강했으며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자기꺼엔 아끼시며 자식들에겐 쏟으시며 사셨던 어머님. 그러셨던 어머님은 한없이 여윈 어깨와 순둥순둥 말 잘 들으시는 노모로 우리를 반기셨다.


누가 잘하는지

누가 잘 사는지

누가 누가 누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

계실 때 한 번이라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그게 중하더라고.

설이 코앞이다.

전화 한번

얼굴 한번

살갑게 안부를 건네자.

뭣이 중한디 뭣이.

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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