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꽃( 류시화)
꽃샘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파란 하늘이 몹시 눈부신 어느 날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 펼친 어느 날
그렇게 너는 내게 왔지.
표지에 써놓은 책이름이 몹시도 나와 같았기에
이끌리듯
이끌려서
그래서…
꽃샘바람을 뚫고 가던 어느 날
몸도
마음도
생각도
마구 흔들리던 어느 날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이라는데
나는 여태껏 잡풀인 줄 알았는데
꽃이라니
하기사 할미꽃도 꽃이고
잡풀에도 꽃은 피니
맞네 그랴 꽃!
‘너의 전 생애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
그랬나 나도…
생각하다 보니 깊이 들어만 간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마도.
‘꽃샘추위에 시달린다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아~~~
이 부분이 맘을 두드린다.
그리곤 다시 한번
아~~
그랬던 거구나
아~~
그러려고.
그래도 나는 나무 말고 사람을
오늘 아침
있는 힘껏
마음을 다해
안아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