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다.
조용한 시골 비스무리한 곳에 집을 샀다. 은퇴 후 이사 오는 것보다 계속 살아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은 조용한 동네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이곳은 많은 집들의 마당엔 서너 개는 기본이다. 그런데 이 나무들이 가을이 오면 잔디를 뒤덮는 낙엽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치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낙엽이 잔디 덮어 죽이고 , 주변을 더럽혀 많은 이웃들은 낙엽을 치우기에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 집 또한 낙엽을 떨굴 큰 나무가 집을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남편은 많은 돈을 써서라도 큰 나무들을 자를 계획을 했다. 지인들을 통해 일을 잘하는 크루를 소개받고는 날을 잡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 이른 새벽부터 들리는 많은 차소리, 기계소리 그리고 사람소리.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밖을 나가보니 집 주변엔 온통 기계차와 많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나이 드신 분들이 대부분인 울 동네에 구경거리가 생겼다.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나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열일 재치고 나가 넋을 놓고 볼 일이 그것도 우리 집 마당에서. 우리도 아침을 챙겨 먹고 구경을 위해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재미난 구경을 놓칠세라. 오랜 시간을 바람과 비와 해를 이기며 자란 나무들이 일꾼들의 손에 하나 둘 잘려 그루터기로 바뀌더니 뿌리까지 사라진다. 그루터기로 두어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다시 가지를 내어 놓아 다시 손을 봐야 하기에 뿌리까지 갈아 버린다. 기계들과 일꾼들이 바쁘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