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스카이 Jul 03. 2024

자라는 데는 50년이 훌쩍 지나야 하지만 사라지는 데는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다.

 조용한 시골 비스무리한 곳에 집을 샀다. 은퇴 후 이사 오는 것보다 계속 살아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은 조용한 동네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이곳은 많은 집들의 마당엔 서너 개는 기본이다. 그런데 이 나무들이 가을이 오면 잔디를 뒤덮는 낙엽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치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낙엽이 잔디 덮어 죽이고 , 주변을 더럽혀 많은 이웃들은 낙엽을 치우기에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 집 또한 낙엽을 떨굴 큰 나무가 집을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남편은 많은 돈을 써서라도 큰 나무들을 자를 계획을 했다. 지인들을 통해 일을 잘하는 크루를 소개받고는 날을 잡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 이른 새벽부터 들리는 많은 차소리, 기계소리 그리고 사람소리.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밖을 나가보니 집 주변엔 온통 기계차와 많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나이 드신 분들이 대부분인 울 동네에 구경거리가 생겼다.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나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열일 재치고 나가 넋을 놓고 볼 일이 그것도 우리 집 마당에서. 우리도 아침을 챙겨 먹고 구경을 위해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재미난 구경을 놓칠세라. 오랜 시간을 바람과 비와 해를 이기며 자란 나무들이 일꾼들의 손에 하나 둘 잘려 그루터기로 바뀌더니 뿌리까지 사라진다. 그루터기로 두어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다시 가지를 내어 놓아 다시 손을 봐야 하기에 뿌리까지 갈아 버린다. 기계들과 일꾼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