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훨씬 넘게 자랐으리라. 하지만 사라지는 데는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다.

by 블루 스카이

조용한 시골 비스무리한 곳에 집을 샀다. 은퇴 후 이사 온 곳이 아닌 이곳에 계속 살아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은 조용한 동네다. 여긴.

큰 나무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이곳은 많은 집들의 마당엔 대부분 서너 개 , 많으면 열댓 그루. 이 나무들이 가을이 오면 잔디를 뒤덮는 낙엽을 내려보내 많은 이웃들이 치우느라 바쁘다. 눈뜨면 치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낙엽들이 잔디를 덮어 잔디를 죽이고 , 그 속에 벌레가 자라 주변 또한 지저분해지니. 우리 집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낙엽을 떨굴 큰 나무가 집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니. 그래서 남편은 많은 돈을 써서라도 큰 나무들을 잘라야겠다고 마음먹고는 지인들을 통해 일을 잘하는 크루를 소개받고 날을 잡았다.

드디어 결전의 날… 이른 새벽부터 들리는 많은 차소리, 기계소리 그리고 사람소리.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밖을 나가보니 집 주변엔 온통 기계차와 많은 사람들이 일을 시작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나이 드신 분들이 대부분인 울 동네에 구경거리가 생겼다.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나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열일 재치고 나가 넋을 놓고 볼 일인데 그 볼 것이 우리 집 마당에서 라니. 우리는 아침을 빨리 챙겨 먹고 구경을 위해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재미난 구경을 놓칠세라. 오랜 시간을 바람과 비와 해를 이기며 자란 나무들이 일꾼들의 손에 하나 둘 짤려 그루터기로 바뀌더니 뿌리까지 사라진다. 그루터기로 두어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다시 가지를 내어 놓아 다시 손을 봐야 하기에 뿌리까지 갈아 버린다. 그렇게 큰 나무가 사라진 곳엔 빈 공터만이…

기계들과 일꾼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기계음과 사람들 소리로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오랜만에.

키다리 나무는 어디가고…
이젠 빈 공터만 남았다. 이 곳에도 다시 생명이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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