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Lady

앞집 할아버지

by 블루 스카이

이 동네로 이사 온 건 겨울 즈음이었다.

사시사철 푸르다는 소나무가 많아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르더라고 온 동네가.

그 푸르름이 좋았다. 4월부터 시작하는 송진가루 날림에 차가 마당이 온 동네가 온통 노랗게 변하기 전까진.

널찍한 마당 덕에 맘도 덩달아 넓어져 이 집이 좋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이 집을 보러 가는 날 하늘에 구름이 신기했다. 나를 따라오라는 듯 아스팔트를 깔아 놓은 모습이었거든


그렇게 이 동네는 우리 동네가 되었다.

이사할 때도 겨울이라 마당엔 아무것도 자라는 게 없었다. 가지도 앙상하고.

참 신기한게 많다. 식물들의 세계는.

어떻게 겨우내 죽은 듯이 있다 봄기운이 올라오면 기다렸다는 듯 금세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지.

그러곤 온 마당을 빼곡하게 채운다. 순식간에.

흰 도화지를 색칠하듯 예쁘게. 빨갛고 노랗고 파란색의 꽃들과 초록의 잎들로.

첫해는 이 모든 것이 대견하고 신기하고 감사했다.

모든 것이 약초, 약초, 약초였으니.

그리고 그 약초, 약초, 약초들이 이 놈에 풀 떼기로 바뀐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그들로 인해 마당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앞집 할아버지와도 친해졌다.

할아버지는 나를 “Young Lady “라 부르셨다.

첨부터.

이 나이에 부담스러운 호칭이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보시기엔 그저 나는 어린아이. 흡사 내 아버지를 뵙는 것 같다. 연세도 모습도 . 다른 건 아버진 이미 너무 높은 곳에 계시다는 것. 그래서 앞집 할아버지를 뵈면 가끔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곳 어르신들은 연세에 비해 다들 건강해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며 마당에서 일을 하시며 잔디 깎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을 보면 그 자녀들이 그저 부럽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누가 보면 “너는 알았냐? ” 하겠네. 하긴 나도 몰랐지. 어째 그걸 알았겠어.

아는 이들은 복이다 복. 그게 복이지 그때 아는 게.

그래서 효도가 힘들다 하는가 보다. 효도는 딴 게 아니라 있을 때 잘하는 거라는데. 있을 때 잘하기가 쉽냐고.

내 생각이 먼저고 내가 먼저였다 그때 나는.

그렇게 효도는커녕 결혼하곤 뵙기도 힘들었으니 .


그랬던 부모님을 요즘 가끔 뵙는다. 꿈에.

꿈에서 웃으시고 건강해 보이면 맘이 참 좋다.

그거면 됐다.

믿는 자 만이 누리는 삶.

그 삶을 온전히 누려보려 한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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