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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알쫑알 대는 사람
May 15. 2023
한쪽 어깨에 노란색 가방을 걸치고 분주하게 걷는 엄마 손에 이끌려 아직 서툰 걸음으로 '아장아장' 따라나선 아가 손 하나. 언젠가 공원에서 만났던 엄마 오리 뒤를 줄지어 따라 걷던 아기오리 같다는 생각에 '귀엽 노라' 웃으며 출근길을 재촉하던 그 순간, 들려오는 '쫑알쫑알' 하는 소리. 어쩐지 궁금해지는 마음에 걸음을 늦추는 그 순간. 아기오리가 묻는다.
"엄마, 돼지는 왜 키우는 거양?"
'오구오구' 말도 잘한다. 조카가 생기다 보니 저런 질문을 들을 때면 나름 답안을 고민해 보고는 하는데 도통 답을 모르겠다. 평생 단 한 번을 고민해 본 적조차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엄마 오리는 확실히 답을 아는 모양이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우리 삼겹살 먹으라고 키우는 거야. 돼지는"
앗, 이렇게 유쾌한 동심 파괴 답변이라니. 상상도 못 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삼겹살 가게 앞에 본인 살을 들고 서 있는 귀여운 돼지 그림을 봤을 때의 그 묘한 느낌이랄까? 동심은 이미 파괴되어 버렸는데, 찰떡 같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기오리가 더 무섭다. 해맑게 되묻는다.
"엄마, 우리 오늘 저녁 삼겹살 먹는 고양?!"
꿀꿀이는 그렇게 삼겹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