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포청천의 <개작두>와 넉살의 <작두> 사이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면서도 ‘작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그 시절의 그 음악과 이미지 하나. 날 도대체 뭘로 보냐는 듯 속으로 내심 ‘쯧쯧’ 혀를 내차며, 머릿속에 떠올리던 ‘딴딴, 딴딴딴딴 딴~’ 하는 웅장한 그 멜로디를 흥얼거려 본다.
목소리가 작지도 않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는 영 반응이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도전이다.
못 들었나 싶어 이번엔 단어를 듣자마자 떠올렸던 장면의 묘사까지 곁들인다. 새까맣고 넓은 이마에 달 스티커를 하나 붙인 아저씨가 죄인한테 맨날 이렇게 했었다 말하며, 아랫배에 힘을 ‘빡’ 주고는 당당하게 소리를 끌어올린다.
평소 ‘방방’ 떠있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둘이지만, 옅은 숨소리로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다. 당연히 ‘깔깔깔’ 하며,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소환할 줄 알았던 타이밍에 벌어진 일이라 어리둥절한 그 순간 침묵을 깬 건 그였다.
소리가 절로 난다. 이번엔 내 쪽이다. 꽤 나이가 터울 지는 연하의 남자친구는 힙합 가수 ‘넉살’이 최근 신들린 듯한 무대를 보여준 곡이 ‘작두’ 라며, 풀 죽은 목소리로 그러나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니, 나도 안다고 그 노래! 친절하게 하나, 하나, 설명해 주는 꼴이 더 뵈기 싫다.
흔히 말하는 세대차이가 이것 인가? 적지 않은 나이 차이에도 우린 세대차이가 전혀 없다며 남들과 다름을 외치던 연상연하 커플이 우연히 마주한 현실인 것일까? 나는 <판관포청천>의 작두를, 그는 넉살의 작두를. 그 사건 이후로 조금씩 멀어지다가 서로 갈 길을 간지 오래 라나 뭐 라나.
오늘처럼 내 또래 친구들이 그와 같은 또래의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며, 본인이 젊은 세대임을 증명하려는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 주저 없이 말해본다.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멈칫하던 이들이 이내 크게 팔을 위아래로 휘두르며 '싹둑' 하는 포즈를 취하곤 한다. 거봐. 이렇다니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누군가는 또 이렇게 외친다.
사람이 뭐 다 그런 거 아니겠나? 가장 익숙하고 직관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어찌 되었든 생각난 김에 노래나 듣자 하며, 이어폰을 꽂아본다. 오늘은 너로 정했다. 노동요로 완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