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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알쫑알 대는 사람
Jun 07. 2023
프로 이직러는 웁니다
입이 있어도 말 못 하는 프로 이직러의 사연
출근하신 아빠가 별안간 전화를 하셨 단다. 꽤나 엉뚱한 시간에 전화선을 타고 날아온 질문들. '요즘 우리 딸이 좀 달라진 건 없냐?' 혹은 '풀이 좀 죽은 것 같지 않냐?'는 등. 요리보고 저리 봐도 ‘까르르’ ‘깔깔’ 잘 먹고 잘 노는 애는 갑자기 왜 찾냐 물으니, 이어지는 대사.
“놀라지 말고 들어.”
이 정도면 그냥 미리 놀라라고 주는 신호 아닌가. 회사를 또 그만둔 것 같다고. '날도 더운데 매일 출근하는 척 이른 시간에 나가 어디서 밥도 못 먹고 헤매다 집에 들어오는 것 같다' 걱정을 하셨 단다.
아뿔싸.
공백기 없는 환승 이직인 터라 신경도 안 썼던 공문서가 왜 인지 아빠 앞으로 친절히 배달됐단다. 절대 모르는 척하고 잘해주라는 신신당부도 잊지 않으셨 단다. 수화기 너머로 아마 눈도 여러 번 ‘찡긋’ 하셨겠지.
평소와는 비교도 안되게 화려한 저녁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더운데 밖에 나가서 시간 보내지 말고, 집에 있어!"
'도대체 몇 번 째냐' 혀를 끌끌 차는 소리도 따라 붙는다. 잔소리가 귀찮아서 완벽 범죄를 꿈꿨던 프로 이직러의 마음에 된서리가 내린다. 길고 긴 이야기를 시작하 자니 두통은 ‘지끈지끈’하고, 내일 출근은 해야겠고.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이직을 하고도 이직했다 말하지 못하고.
홍길동이 따로 없다.
그렇게, 프로 이직러는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