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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알쫑알 대는 사람
Jun 12. 2023
왜 너는 툭하면 집을 나가는 걸까?
집 나간 '정신머리'를 찾습니다!
출근을 위해 `부랴부랴' 올라탄 엘리베이터 안. 뛰느라 사방으로 흩어진 앞 머리를 매만지며, '멍' 하니 허공만 바라보던 그때, 조심스러운 손이 하나 와서 어깨에 닿는다.
'뭐지?'
이 전쟁 같은 아침에 날아든 의문의 손길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조용히 와닿는 수줍은 미소가 있었다. 그런 그녀를 잠시 지켜보다 '사람을 잘 못 봤나' 하고는 순식간에 돌아서려는 나를 다급하게 돌려 세운 것은 역시 그녀였다.
"저기..!?"
누가 봐도 선한 눈동자만 상하좌우 부지런히 굴리는 가운데, 손수 어깨를 살포시 돌려 원피스 뒤 쪽에 지퍼를 올려주는 그녀의 섬섬옥수.
"헉"
'아이고 두야!' 도대체 어디서부터 커밍아웃을 하고 온 것인지 모를 등판이다. 집에서 나오기 전 '아등바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거울에 비추어 보며 분명히 지퍼를 올린다고 올렸었건만. 유연성 부족으로 결국 절반도 채 못 올렸던 지퍼가 저항 한번 못하고 부드럽게 올라간다. 혼자 난리 칠 때나 좀 시원하게 올라가 줄 것이지. 못된 것!
“으하하.”
엄마, 딸내미 정신머리 제대로 나갔다더니 그게 맞나 봐요.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박차고 나설 때 뒤에서 들려오던 '정신 단단히 차리고 다녀오라'는 말 좀 잘 새겨들을 걸.
“으하하.”
엘리베이터 안에 또 한 번 겸연쩍은 웃음소리만 울려 퍼진다.
집 나간 '정신머리'를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