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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알이 Jul 10. 2024

내가 좋아하는 선배한테 혼나는 일

사회생활을 하며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방송국에서 특히 이제 갓 일을 배우기 시작한 나는 잦은 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정보가 나가면 안 되는 상황이기에 사소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신경 쓰시는 선배들에게 혼나는 일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학창 시절에도 항상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학원 선생님들께도 항상 이쁨 받고 친구들이랑도 별 탈 없이 지내오며 갈등 상황에 익숙지 않은 나였기에 처음에는 매일 여러 번 혼나는 이 상황이 참 힘들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은 실수도 조금 잦아들고 선배들에게 혼이 나도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 신경 쓰면 되겠다!’싶은 생각에 받는 상처의 깊이가 그렇게 깊지 않다. 물론 아예 상처를 안 받는 건 아니고..


그러다가 어느 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한테 혼이 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은 내가 지금껏 한 실수 중 가장 심한 실수였다. 방송에 직접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한없이 친절하고 유쾌하셨던 선배는 나에게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안 된다며 화를 내셨고 아무리 죄송하다고 말씀드려도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나는 선배가 나한테 내는 화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 스스로에게 내가 나는 분노와 실망에 휩싸였다.


내가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것에서 1차적으로 화가 났고, 한없이 유쾌하고 친절하신 그 선배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것에 2차적으로 화가 났고, 앞으로 내 회사 생활의 낙이었던 그 선배를 다시는 웃으며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섭고 속상했다.


다행히 그 선배는 그 사건을 생방 직전 해결하셨고 나한테 다시는 그러지 말라며 본인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한 번 봐놓으라고 하셨다. 나는 감사하다며 밝게 말했지만 그 밝은 얼굴 속에서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속이 타고 있었다. 방송이 끝날 때까지, 혹은 지금까지도 나는 죄책감, 죄송함, 자책감,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분노 등 복합적인 부정적 감정들에 휩싸여 그 선배랑 다시 웃으며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이후에도 그 선배랑 웃으며 마주한 적이 있긴 했지만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그 선배가 내 실수에 얼마나 큰 타격이 있을 뻔하셨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마냥 밝게 다가가기 눈치 보이고 선배가 날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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