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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알이 Jul 07. 2024

첫 출근한 나에게 한 PD선배의 첫마디

미래의 내가 그 선배처럼 성장할 수 있기를..

우리 팀에 정말 성격이 좋으신 선배가 한 분 계시다. 내가 처음으로 출근한 날 1층에서 근로계약서를 쓰고 나와 함께 일하실 선배분들을 만났다. 그때 다른 조연출분들과 함께 내려오셨던 선배가 계셨다.


나와 근로계약서를 쓰던 파견업체 직원분이 그 선배한테 카페에서 커피를 사주겠다고 하셨을 때 그 선배는 함께 내려오신 다른 조연출분들을 내세우시며 ‘저는 괜찮고, 우리 애들 커피 한 잔 사주세요~’라고 하셨다. 이때부터 나는 그 선배가 참 좋은 분이신 것 같다는 생각, 여기에 입사한 것이 참 감사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우리 팀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면서 그 선배는 나에게 점심은 먹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첫 출근인지라 괜히 지각하지는 않을까, 놓고 가는 게 있지는 않을까 등 이런저런 고민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한 끼도 못 먹은 상태였고 내가 한 끼도 못 먹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선배는 이를 눈치채고 ‘밥부터 먹자~’며 회사 근처 돈가스 집으로 안내하셨다.


돈가스를 먹으면서는 이런저런 장난도 치시고 회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그 돈가스집에 첫날의 떨림과 긴장을 조금은 내려놓고 회사로 올라갈 수 있었다. 사무실에 가서는 작가님들, 출연진분들, 기술팀분들 등등 아주 많은 층을 왔다 갔다 하며 아주 많은 분들께 인사를 다녔다. 그리고는 다른 조연출분들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내가 할 일에 대해 4장이 넘는 내용을 메모했다. 물론 내가 메모한 내용의 90%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생방송 부조실에 갔다. 첫째 날은 사무실에서의 업무만 배워도 벅찰 것이라고 이미 선배들이 예상하셨는지 나는 그냥 부조실에서 방송을 구경하기만 했다. 재밌게 방송을 보는 나에게 그 선배는 ‘너 너무 재밌게 보는 거 아니야? 조연출의 자세가 좋네~’라며 칭찬하셨다. 정말 사소한 부분, 어쩌면 칭찬할만한 것도 아닌 부분까지도 언급하며 칭찬해 주시고 잘 적응할 수 있게 괜히 먼저 장난쳐주시는 그 선배, 방송 끝나고 괜히 배고프시다며 모든 조연출분들을 데리고 저녁을 사주신 그 선배 덕분에 나는 이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팀의, 이 회사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어준 그 선배의 첫인상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나도 나중에 그런 선배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렇게 닮고 싶고, 존경할 수 있는 분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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