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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알이 Jul 14. 2024

고래 싸움의 새우 등 터지다

에서 새우를 맡고 있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조연출 업무를 하다 보면 가끔 PD선배와 기술팀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질 때가 있다. 조연출은 PD선배가 요청한 자료들을 정리해 기술팀에 넘기고 기술팀이 만들어진 자료를 선배한테 바로 넘어간다. 그런데 만약 그 자료가 PD선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배는 우리를 혼내신다. 물론 우리가 기술팀에 잘못 전달해서 문제가 생길 때도 있지만 우리는 제대로 전달했는데 기술팀에서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을 때가 굉장히 많다. 이럴 때면 원래도 억울한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는 나는 서럽고 분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너무 서러워서 몰래 회사 화장실에서 혼자 울다가 다시 사무실에 들어간 적도 있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선배가 어떤 분의 모자이크를 꼭 ‘눈 부분’만 해달라고 요청하셨다. 나는 분명 기술팀에 그 모자이크는 꼭 ‘눈 부분’만 해달라며 요청사항에 메모했다. 하지만 기술팀에서는 그냥 그 사람의 얼굴 전체를 모자이크 해서 보내셨다. 이를 확인하신 선배는 나에게 눈 부분만 모자이크 하라고 요청한 게 맞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나는 요청했지만 그렇게 만드신 것 같다며 내가 요청했던 내용을 사진 찍어서 보내드렸다. 그러자 선배는 다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기술팀에 전화해서 수정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전화를 받은 기술팀은 나에게 짜증을 내며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수정하냐고 물으시며 그냥 쓰면 안 되냐고 물으셨다. 하지만 나는 이 방송의 책임을 지는 PD가 아닌지라 맘대로 쓰겠다고 하지 못하는 입장이고, 현재 PD님은 꼭 수정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중간에서 아무 힘없는 나에게 양쪽의 사람들이 짜증을 내니 일이 진전이 있지도 않고 그냥 나만 상처를 받을 뿐이었다.


내가 기술팀에 간곡히 부탁을 했음에도 결국 안된다고 거절을 당하고 이를 선배한테 전하자, 선배는 ‘팀장님 부탁이라 어쩔 수 없다. 다시 요청해 봐라.’라고 하셨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너무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기술팀에 전화해 팀장님 부탁이라 혹시 안되냐고 한 번 더 물었고 기술팀은 안 된다고 아까보다 더 격양된 목소리로 화를 내었다. 첫 전화부터 친절하지 않았던 기술팀이었지만 이번 건은 화내시는 게 이해가 되긴 한다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그게 조금 상처가 되었다. 혼자 회사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흘린 뒤 티가 안 날 때까지 젖은 눈을 말리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갔다. 선배에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기술팀에서 안된다고 한다며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렸다. 다행히 선배는 그냥 알겠다고 하시고 넘어가셨다.


나는 아무 힘도 없는 그냥 사회초년생일 뿐인데 내가 맡은 업무 상 이런 일이 자주 발생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비스직이 힘들다고 하는데 내 업무는 소비자를 상대하는 서비스직보다 더 힘든 맨날 봐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 껴 이들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인 기분이 든다. 내가 정말 원했던 방송국 생활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현타가 정말 많이 오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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