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쫑알이 Jul 17. 2024

회식에서 말 실수한 썰 푼다

사회생활 필수덕목 : 말조심

모두가 본인 성격의 단점 하나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여러 개 알고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신나거나 어색하면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걸로 문제가 하나 터진다.


때는 바야흐로 회식 날이었다. 방송이 끝나고 모두가 후련한 기분으로 회식 장소에 갔다. 막내인 나는 선배들의 자리에 휴지를 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고 있었다. 그리고 배가 고파 열심히 먹었는데 배가 채워지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또 쫑알쫑알 대기 시작했다. 장난기가 많은 선배 한 분이 내가 한 말 한마디를 콕 집으며 내 말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몰아가시기 시작하셨다. 나랑 가장 친한 선배이기도 했고 평소에도 그런 장난을 많이 치시긴 하지만 처음 자리를 같이 하는 선배도 계셨기에 당황한 나는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다른 선배들도 그 선배의 말에 동조를 하며 내 말을 부정적인 의도로 몰고 가셨다. 나는 아니라고 해명을 차마 다 못하고 그렇게 몇 번 다구리를 당하다가 회식이 끝났다.


집에 오는 길에 나보다 먼저 입사하신 한 조연출분이 나한테 ‘선배들 원래 그런 장난 많이 치세요~ 저도 처음에는 걱정 많이 했는데 다 장난이셨더라고요!’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아 제가 괜히 그런 말을 꺼내서.. 그런 의도 아니었는데.. 선배들 기분 안 좋으셨을 것 같아요..‘라고 하니까 진짜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오늘 회식 장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면서 선배들이 기분 나쁘셨으면 어떡하지 죄송하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낼까 물어봤다. 엄마가 봤을 때는 새로 들어온 신입이 회식 자리에서 쫑알쫑알 얘기하는 게 귀엽고 당황하는 게 웃겨서 더 놀리고 다구리 시킨 것 같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도 내가 너무 걱정된다고 선배들이 기분 나쁘셨으면 어떡하냐고 하니까 정 걱정되면 나중에 그때 그런 의도 아니었는데 죄송했다고 한 번 더 사과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사회생활할 때는 무조건 말을 많이 안 하는 게 현명한 거라면서 앞으로 회식에 가도 그냥 사람들 말 듣기만 하고 내 입은 다물고 있는 편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일어났는데도 기분이 찜찜하고 괜스레 출근하기 싫었다.


그날 출근을 일찍 한 김에 선배랑 점심을 먹었는데 어제 얘기를 꺼내시면서 잘 들어갔냐고 하셨다. 나는 집 가는 길에 조연출분이 걱정하지 말라고 선배들 장난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선배는 그거 장난 아니었다면 다시 나를 놀리기 시작하셨다. 내가 숟가락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죄송해요.. 라며 쭈글거리니까 선배는 또 웃으시면서 아니라고 다른 선배도 어제 집 가면서 나랑 첫 만남이었는데 너무 놀린 것 같아서 내가 마음에 담아둘까 봐 걱정하셨다고 전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엄마랑 토론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는 회식자리에서 입을 다물고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선배는 엄청 웃으면서 아니라고 내가 입을 열어야 재밌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룻밤의 고민과 걱정이 끝이 났다.


앞으로는 꼭 입 조심을 해야겠다는 걸 깨달은 채…

이전 05화 고래 싸움의 새우 등 터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