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강한 우리 아빠는 누구보다 여려요

by 쫑알이

어렸을 때 내가 본 우리 아빠는 원래 엄청 전형적인 T 100% 인간이었다. 나한테 아빠는 엄청 엄하고 단호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한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아빠는 나를 혼냈고 엄마한테 찡찡거리면서 물병을 따달라고 하면 아빠는 엄마한테 절대 따주지 말라고 혼자 따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


어렸을 때 나는 아빠가 일 중독에 감정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해서 그렇게 엄하고 단호하고 무섭게 행동했던 것임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가 혹여나 예의 없는 사람으로 자랄까 봐 혹여나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렇게 미숙했던 것이다.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아빠가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해 보여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상처받지 않을 줄 알았다. 근데 전혀 아니다. 우리 아빠는 적어도 내 말에는, 내 일에는 누구보다 약한 사람이다. 아빠가 이렇게까지 여리고 눈물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 앞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척하다가도 혼자서 많이 울었다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아서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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