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 희귀병에 걸렸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어떤 병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었고 이에 이상함을 느낀 엄마가 나를 데리고 병원을 여러 곳 다녔는데 이 병이 무엇인지, 왜 생긴 것이었는지 원인을 찾지 못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병원부터 큰 병원까지 각종 병원을 다 다녀도 어떤 병인지도 못 찾던 어느 날 작은 이모의 추천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진료를 가게 되고 내가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의 지난 지금도 이 병명을 검색하면 무서운 말이 한가득이다. ‘어떠한 약제도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키지는 못한다’ ‘완치는 불가능하니 꾸준한 관리로 병의 진도를 늦추는 것만이 답이다’ ‘피로감이 심하면 관절 마디가 변형되거나 파괴될 수 있는 질환이다’ 등등…
우리 집에서 서울대학교병원까지 가려면 먼저 버스를 타고 역에 가서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도 10분을 더 걸어야 했다.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어린 나를 데리고 그 길을 몇 년 동안 달렸다.
그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데리고 저 무서운 병을 마주한 기분은 어땠을까? 1시간 30분 동안 3번을 갈아타고 반나절을 기다려 마주한 의사 선생님께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마주한 심정은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