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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알이 Jun 30. 2024

특별한 꿈을 꾸던 아이는 지극히 평범한 어른이 되고

어른의 첫 번째 조건, 현실을 깨닫기

한 방송국에 파견직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 1주일 차 신입이자 팀의 막내. 내가 하는 일은 선배들이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기, 선배들이 시키시는 허드렛일, 그리고 출연진분들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의자를 세팅하고 필요하다고 하셨던 물건들을 가져다 놓고 그들이 마실 물컵을 설거지하고 물을 따라놓는 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미래를 상상할 때, 항상 존경받는 커리어우먼으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모두가 나를 동경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20대 때 엄청난 부를 이루고 명예까지 얻은 삶을 상상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 작은 사회에서는 나름 주목받아왔고 모든지 열심히 하는 성격 덕에 또래 친구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을 즐겨왔기에 나는 내가 참 특별한 삶을 살 것만 같았다. 사회로 나오자마자 인정받을 줄 알았다. 허드렛일은 절대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 학교라는 작은 사회, 나를 오래 감싸주었던 그 세계를 깨고 나와 사회초년생 딱지를 붙이고 이 험난한 사회에 한 발 내디뎌보니, 나는 그 어느 것 하나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혹은 평범보다 더 부족한 사회의 부속품일 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허드렛일을 맡아하고 인정받을만한 일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내가 꿈꿔오던 이상과 현실을 점점 타협해 가는 것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나는 나만큼은 절대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며,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성공을 반드시 이루리라며 다짐했었다. 사회에 나가자마자 초고속으로 취업하고 실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현실에서의 내 위치와 대우가 어떤지는 감도 못 잡고, 나를 품어주는 작은 세계 속에 안주하고 있었으면서.


현실을 경험하며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내가 어느 피라미드 맨 밑바닥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 언젠가, 10년 안에는 피라미드 맨 윗부분까지 올라가리라고 다짐한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도 다 힘들고 무시받는 위치에 있던 적이 있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퇴근하면 꿈꿀 시간과 체력도 없지만 나는 굳이 시간을 내 이렇게 꿈을 꾸고 글을 적는다. 부디 이 꿈은 현실과 타협하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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