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지 않아도, 나를 키우는 공부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향한 도전에서 얻은 진짜 보상

by 빛담

지난 3주간,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 그렇다고 돈이 되지도 않는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강남 학원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은 내 생각보다 훨씬 벅찼다. 수업 시작 전 매번 단어 시험이 있었고, 한 주에 100개 넘는 단어 중 30개를 랜덤으로 맞혀야 했다. 게다가 듣기·문법·독해 등 짧은 수업 시간에 다 담을 수 없는 부분은 예습과 복습으로 채워야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짬이 날 때마다 일본어를 붙잡아야 했고, 주말에도 부족한 점수를 메우느라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하여 일본어 학원에 발을 들인 이상, 내게 주어진 미션을 하나도 밀리지 않고 해내야만 했다.


“빛담, 그게 뭐 하러 해? 일본어 공부가 돈이 되니?”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의 말을 들을 때마다 웃어넘기려 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도,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그는 늘 “돈이 되냐”는 말로 내 선택을 평가했다.

나는 안다. 그가 무슨 의미로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지를. 그렇게 열심히 살아보았자 내 삶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가끔 그의 말이 스쳐 지나간다. 왜 나는 돈과 시간을 내어 학원까지 다니며 일본어를 배우는 걸까?

돌아본 결론은 단순하다.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을 받아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오며 단 한 번도 ‘1등급’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영어 단어 외우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그로 인해 수능 영어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지만 만점은 놓쳤고, 토익도 심리적으로 ‘1’등급에 견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900점을 넘지 못한 채 멈췄다. 더군다나 회사 입사 후 주기적으로 보는 스피킹 시험 역시 2등급에서 그쳤다.

나는 안다. 9등급에서 3등급까지 가는 길보다, 2등급에서 1등급으로 가는 길이 훨씬 더 험난하다는 것을. 지방에서 서울 근교까지는 수월하지만, 시내 진입은 짧은 거리에도 끝없이 막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 정도면 됐다”라는 자기 합리화로 현실을 피해 왔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달라지고 싶었나 보다.

조금만 더 하면, 내 인생 최초로 1급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타인의 푸시까지 기꺼이 받아들이며 속도를 높였다.


앞서 학창 시절 영어 공부 부분에서 언급했듯,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부는 단어 외우기다.
어릴 때부터 수학 공식이나 과학 개념은 머릿속에 도무지 남지 않았지만, 단어만큼은 달랐다. 틀릴까 봐 두려우면서도 늘 손을 들고 대답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자를 그림처럼 여러 번 쓰고 읽으며 외우는 게 즐겁다. 지금 학원에서도 가장 나이 많은 수강생이지만, 강사님이 질문하면 제일 먼저 대답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다.


“아들, 일도 하고 학원까지 다니면 괜찮겠어?”
“괜찮아. 지금이 가장 젊잖아. 후회하고 싶지 않아. 재밌어, 일본어 공부.”

“그래, 너만 괜찮다면 엄마는 응원해.”

중3 때 일본어 학원을 보내주지 못했던 어머니. 지금은 “네가 괜찮으면 응원한다”라며 늘 힘을 주신다. 그런 어머니와의 짧은 전화 통화는 이 공부를 이어 나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곤 한다.


그렇게 3주에 걸쳐 총 6번의 수업을 마쳤다.

조금만 더 빨리 학원 수강 신청 기간을 알았더라면 8번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오늘에서야 마친 9월 강의 교재에 군데군데 비어 있는 부분이 거슬리게 느껴지곤 한다.

사실 처음에 나는 ‘정답만 콕 집어주는 쪽집게 강의’를 기대했다. 시간은 곧 돈이니까. 하지만 일본어능력시험은 토익과 달랐다. 지난 40여년의 세월동안 내가 쌓아온 일본어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쪽집게 강의’는 의미가 없었다. 결국 최소 투자, 최대 효율은 접어두고, 강사가 내주는 숙제와 수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은 9월 수업 마지막 날. 좋은 이유는 단 하나, 숙제가 없다는 것.

너무 기뻐 평소 잘 마시지도 않던 맥주를 꺼내어, 소파에 앉아 홀로 작은 파티를 열었다. 지난 6번의 수업을 버텨낸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그리고 다음달까지만, 조금더 버텨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렇듯 작은, 홀로 축하연이 끝난 뒤, 나는 노트북을 켠 뒤 지금의 브런치 스토리를 적고 있다.


12월 7일, 일본어 능력시험 1급시험 응시가 다가온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도전은 단순히 시험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돈이 되냐”고 묻지만, 나는 안다. 인생에서 진짜 값진 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선택에서 온다는 것을.
‘1급’은 목표지만, 진짜 보상은 그 길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를 밀어붙이는 힘 그 자체다.

그리고 그 힘은 앞으로도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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