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을까

버티는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by 빛담

#1. 학원 수강을 그만두게 된 이유


오늘로 두 달간 다니던 일본어 학원 수업을 마쳤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고민 중이었다.

시험까지 아직 한 달은 남았고, 혼자 공부하다 보면 나태해지기 쉬우니까.

‘그냥 한 달만 더 다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여보, 큰애야, 아빠 학원 한 달만 더 다닐까?”

“응, 아빠 혼자 공부하는 거 힘들잖아.”


큰애는 마치 나보다 더 오래 살아본 사람처럼 말한다.

와이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까지 하는 게 낫지 않아?”


결국 인터넷으로 수강 연장을 신청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학원에서 내준 문법 문제를 풀다가 다시 취소했다.


보통은 문제가 어려우면 강사의 도움을 받기 마련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때 결심이 섰다.


학원에서 얻은 가장 큰 도움은 ‘공부의 자극’이었다.

숙제라는 이름으로 억지로라도 책을 펼 수 있었던 시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스물 중반 무렵, 토익 학원을 다니며 단기간 점수를 올리던 기억을 떠올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일본어 1급은 달랐다.

독해를 하다 보면 모르는 단어가 넘쳐났다.

특히 부사.

한자가 없으니 뜻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데, 예문을 봐도 도무지 머리에 남질 않았다.


기본 단어는 익숙해졌지만, 문제집을 펼치는 순간

그 자신감은 금세 무너졌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제는 스스로 공부할 때라고.

학원에서 배운 걸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고.


물론 수강을 취소하면서 마음 한켠이 쓰였다.

강사님께 알림이 갔을 테니까.

하지만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먼 거리를 오가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했다.


‘학원이 합격의 지름길이라면 주저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다.


결국 나는 내 방식대로 가보기로 했다.

숙제를 대신할 강제력은 없지만,

이번에도 나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런 싸움에서는,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까.


#2. 나는 왜 굳이 안 해도 되는 공부를 하는가


12월, 일본어 능력시험 1급.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 공부를 하고 있을까?”


일본어는 전 세계적으로 쓰임이 넓은 언어도 아니다.

인구 1억 남짓의 나라, 그 안에서만 주로 쓰이는 말.

그런데 나는 왜 이 언어에 이렇게 오랫동안 매달리고 있을까.


그때 떠오른 사람이 있다.

유튜버 조승연.


그가 말한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중간 레벨까지 한 번 버텨봐라.”


초급 단계는 진입이 쉽다.

그래서 초급 반은 많고, 그만큼 중도 포기도 많다.

하지만 중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반이 줄어든다.

그만큼 버티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아마 그 말이 내 안에 오래 남았던 것 같다.


처음 일본어를 시작했을 땐 단순했다.

좋아하던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그 공부가 어느새 2년을 넘어,

이제는 1급 시험을 앞두고 있다.


물론 1급을 딴다고 유창한 건 아니다.

점수의 차이, 영역의 차이, 실전의 차이.

그 안에서도 나는 독해는 좋아하지만 회화는 약하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이 공부가 단지 시험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조승연 작가의 말처럼,

나는 지금 ‘중간 레벨’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이 과정 자체가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3. 그래도 결국은 돌파해야 한다


이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학원을 다니든, 혼자 하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12월 7일, 시험이 끝날 때까지

나는 그저 버틸 생각이다.

그 ‘중간 레벨’을 넘어설 때까지.


돌이켜보면, 매번 시험 한 달 전이 가장 힘들었다.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믿었는데

결과는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고,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낀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버티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는 그 순간.

그게 나를 성장시킨다.


이번에도 그렇게 믿어보기로 한다.

12월의 어느 일요일,

시험지 위에 내가 아는 문제가 잔뜩 나오길 바라며.


그리고 그날,

비로소 나만의 작지만 확실한 성취를 손에 넣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