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로 채워진 나날, 그리고 곧 마주할 교토의 가을 햇
2025년 10월 2일. 어느덧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나의 ‘잠시만 교토’ 여정이 시작된다.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 출국 전 가장 설레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환전’과 ‘유심 구매’일 것이다.
환전은 이미 오래전 100엔당 980원일 때 몇십만 원을 환전해둔 여행용 체크카드가 있었기에, 이후 나는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추가 환전을 해둔 상태이다. 이번 여행은 미리 환전해 둔 최소한의 여행비용을 갖고 갈 생각이다.
사실 일본 여행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중화된 이유 중 하나도 체감상 낮아진 ‘환율’때문이라 생각한다. 일본 물가가 여전히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전처럼 100엔당 1천 원이 넘던 시절이 아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기에 체감상 크게 비싸지 않게 느껴지는 듯하다. 무엇보다 요즘은 해외여행의 문턱을 낮춰준 ‘여행용 체크카드’ 라는 존재가 있어서 한층 수월해졌다. 예전엔 환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을 거쳐야 했고, 다 쓰지 못한 외화를 다시 환전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앱으로 간편하게 환전·재환전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지 ATM에서 바로 인출할 수도 있어 해외여행이 훨씬 쉬워졌다.
현지에서 통신을 위해 필요한 유심구매도 마쳤다. 정확히는 E-SIM이다.
예전에는 로밍을 하거나 휴대용 와이파이 단말기를 빌려야만 했는데, 전자는 가격이 비쌌고 후자는 짐이 늘어나 불편했다. 나도 예전에 도쿄 여행에서 아이패드 가방을 잃어버린 기억이 있는데, 휴대용 단말기 같은 건 분실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로밍이나 휴대용 와이파이 단말기 대여라는 두가지 선택지 이외에도, 유심 이심과 같은 현지 통신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 더욱 여행하기 편리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E-SIM의 경우는, 물리적 유심을 갈아끼울 필요도 없다. 최근 몇 번의 해외여행에서 이심을 써봤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11일 동안의 통신비가 만 원도 채 되지 않으니, 이 정도면 약간의 제약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일본 입국을 위한 Visit Japan 사이트 등록도 끝냈다.
여권을 든 외국인이 입국할 때 필수적인 절차인데, 사전 등록을 해두면 공항에서 번거로운 서류 작성 없이 곧바로 입국할 수 있다. 사이트에 접속하니 지난 일본 여행 기록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첫 번째 숙소 주소까지 입력해 제출을 마치자 비로소 “이제 정말 교토에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밀려왔다.
숙소와 대략의 일정도 정리했다. 처음 5일은 간사이 와이드패스로 교토 밖 도시들을 둘러보고, 이후에는 숙소 근처에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일 예정이다. 이번엔 사진만 찍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멍하니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유를 찾는 여행을 지향해 보려 한다. 물론 내 성격상 빽빽한 일정으로 바꿔버릴지도 모르지만, 그것 역시 내 방식이라 존중하기로 했다.
우연히 지난 오사카 2박 3일 여행 때 작성했던 구글 시트를 다시 보았다.
시간 단위로 빼곡히 계획된 일정표를 보니, 지금의 나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치밀했다. 한때 그 시트를 복사해 ‘2025 잠시만 교토’라는 이름으로 새 일정을 짜려 했지만, 곧 접었다. 지금은 과거의 나처럼 스스로를 옥죄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행을 위해 이제 짐도 슬슬 챙겨야만 한다. 집에는 20인치와 28인치 캐리어 두 개뿐인데, 이번 일정엔 작은 캐리어로는 부족할 것 같아 결국 28인치를 꺼냈다. 10월 교토는 낮에는 여름 같고 아침저녁은 초가을이라 반팔 위주로 챙기되, 빨래를 자주 하지 못할 걸 대비해 옷을 넉넉히 준비하려 한다. 아울러 교토 카모강에서의 달리기를 위해 신발도 한 켤레 더 넣고, 돌아올 땐 아이들이 좋아할 일본 과자도 가득 담아올 생각이다.
여행 전 마지막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는 중이다.
회사 특근도 마다하고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큰딸과는 그녀의 진로와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새웠다. 매번 토요일에도 일하던 나에게 이런 시간은 ‘사치스러운 여유’였다.
장모님께서 계신 납골당에도 들러 감사 인사를 드렸다. 우리 가족이 무탈하게 지내고 있음에 고개 숙여 마음을 전했지만, 그분께 닿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주말이 지나간다. 곧 시작될 11일간의 교토 여행을 어떻게 채워갈지, 어떤 순간들을 기록하게 될지, 또 가족을 그리워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한 가지 다짐은 분명하다. 사진이든 글이든, ‘기록’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다음 주면 짐을 싸고, 공항으로 향하는 날이 다가온다.
익숙한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친숙하지만 낯선 교토로 다시 들어가려는 그 순간, 나는 어떤 표정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될까.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마음이 분주하지만, 결국 여행은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며칠 뒤, 간사이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와 맑은 가을 햇살을 맞는 순간, 비로소 나는 깨닫게 되리라.
“아, 정말 교토에 왔구나. 교토야, 잠시만 너를 즐겨보련다.”
교토에서의 11일을 오롯이 나로 채워 나가는 상상과 기대를 함께 하며, 오늘의 여행전 기억을 잠시 덮어 두기로 했다.
旅立ちは、いつも少しの勇気と、たくさんのときめきから始まる。"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조금의 용기와 많은 설렘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