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풍경, 낯선 마음

교토로 향한 첫날,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낯선 나

by 빛담

공항에 도착하면 늘 이상하게 설렌다. 특히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특별하다.
답답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는 순간이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공항을 단순한 출발지가 아니라, 여행의 첫 장면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가 아닌, 홀로 떠나는 길이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대신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한 것도 그래서다. 혼자 떠난다는 사실이 아직은 낯설었지만, 여행의 설렘을 가득 담은 발걸음만큼은 가벼웠다.


공항을 거닐다 보면 문득 6년 전의 나가 떠오른다. 출장 경험도, 해외여행도 거의 없던 시절.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그때의 나는 늘 불안했다.

지금은 1년에 한두 번쯤 여행을 다니며 익숙해졌지만, 이번엔 ‘혼자’라는 사실이 여전히 공허하게 다가왔다.

항공사 체크인 줄에서 한 아이가 “아빠, 편의점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분명 우리 딸의 목소리와 똑같았는데, 그녀는 우리 딸이 아니었다.

그제야 실감했다. 나는 지금 홀로, 잠시 교토에 가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체크인과 출국 수속을 마친 뒤, 이륙 게이트로 향하는 길에 ‘던킨 도너츠’가 보였다. 예전엔 가족과 함께 끼니를 떼우던 익숙한 장소였다. 공항 안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던 곳. 도너츠 하나에 담겼던 사소한 계산과 가족의 웃음이 떠올랐다.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면서도 이상하게 이번 교토 여행 내내 가족이 마음에 겹쳐드는 건 왜일까. 아마도 여행이라는 호사를, ‘나 혼자 좋은 걸 누린다’는 미묘한 죄책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인천에서 두 시간 남짓을 날았을까. 비행기는 20분 연착 끝에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3년 만에 찾은 공항은 오사카 엑스포를 계기로 입국장을 새롭게 단장해, 한결 세련된 분위기였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오자, 세 번의 여행이 한 화면에 겹쳐 보였다.

처음 홀로 찾았던 오사카,
가족과 함께 왔던 놀이공원,
그리고 지금의 나.

나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가, 이내 첫 번째 숙소로 향하기 위해 교토행 열차를 타기로 했다.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번 여정의 5일을 책임져줄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교환하는 일이었다. JR 티켓 오피스 앞에서 ‘일본어 이용자 전용 줄’을 발견했을 때 잠시 망설였지만, 직원이 “일본어 하실 줄 알면 줄 안 서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주저 없이, 일본어 이용자 전용 줄로 향했다. 그동안 공부한 일본어 덕분에 긴 줄을 피해 시간을 아끼고, 원하는 티켓까지 무사히 발권했다. 그 순간의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3년 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어쩌면 여행의 즐거움은 단순한 관광 뿐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 쌓인 시간과 노력이 겹쳐지는 순간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사이 공항역 플랫폼으로 내려가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여행을 할 때마다 늘 그렇듯, 잘못된 플랫폼에 서지 않으려 행선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다행히 하루카 열차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고, 교토까지 이동하는 순간을 매우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 하루카 특급열차는 공항에서 교토로 내달렸다.

그리고 나는 교토에 도착하자 비로소, 이곳이 한국이 아님을 실감했다.

뻐꾸기가 우는 듯한 “뻐꾹, 뻐버꾹” 소리를 내는 신호등,
기차마다 다른 개성의 알림음,
그리고 패밀리마트 문을 열 때마다 들려오는 정겨운 멜로디.
한국에서는 들을 수 없던 소리들이 나를 반겼다.

또 한 가지, 교토가 한국과 다르다는 걸 느낀 건 ‘좌측 통행’이었다. 무심코 우측으로 걷다 맞은편 사람과 부딪힐 뻔한 순간에야 깨달았다.
“아, 나는 지금 일본에 있구나.”

그제야 가방 속에 꽁꽁 싸매 두었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낯선 도시의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의 긴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아직은 믿기지 않았다.


인천에서 교토까지. 먼 길을 오느라 피곤했지만, 흥분과 긴장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오늘의 마지막 목표인 첫 번째 숙소로 향하기 위해,구글맵을 따라 걸었다. 지도로 볼 땐 가까워 보였지만, 막상 걸어보니 1km가 훌쩍 넘었다. 한 손엔 캐리어, 다른 한 손엔 카메라를 쥔 채 꾸역꾸역 걸었다.

드디어 첫 숙소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안도와 피로가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게 교토의 첫날이 저물었다.

낯선 공간, 잦은 우연, 그리고 스스로 확인하는 성장의 흔적들. 이제 내일은 또 어떤 만남과 풍경이 나를 기다릴까.

피곤에 잠긴 몸은 무겁지만, 마음만은 이상하게도 가볍다.

今日という日が、また新しい一歩になる。“오늘이라는 날이, 또 하나의 새로운 발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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