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와 함께 한 스타벅스

by 도로도로

바람이 차서 아기와의 산책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는 정확히 2시 반 정도가 되면 온갖 짜증을 낸다. 안아도 안 달래지고 장난감으로도 안 달래지지만 유모차를 타고 문을 여는 순간 아이는 조용해진다. 이제 이 즈음에 산책을 나가는 루틴이 잡혀버린 것이다.


그러나 방풍커버도 아직 구입하지 않은 엄마 때문에 밖을 계속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길 건너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기로 결정했다. 우리 단지는 경사판에 있다. 그래서 단지를 벗어나면 거의 대부분의 길이 경사로다. 스타벅스를 가기 위해선 경사를 내려가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다시 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유모차를 끌면 생각보다 경사로에 민감해진다. 평지인 곳에 살았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스타벅스에 들어가 오랜만에 스벅 앱을 켜보았다. 출근할 때는 스벅 기프티콘이 그렇게 좋았다. 받으면 바로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면 되니까. 가끔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사주곤 했으니까. 그러나 휴직 중인 나는 스벅 상품권에 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심지어 나도 모른 사이 별을 다 모아서 쿠폰도 사용이 가능했다.


처음 고민한 건 테이크아웃을 할까 매장컵으로 할까였다. 날씨 때문에 매장에서 아이와 커피 한 잔을 하고 싶었지만 유모차에서 잠든 아이가 깨서 울면 즉시 나가야 했기 때문에 매장컵이 사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잠든 아이를 데리고 바로 또 집에 가기는 아쉬워서 버리더라도 매장컵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다음 유모차를 대여할 때에는 컵홀더와 텀블러까지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고를 건 아이스커피일지 따뜻한 커피일지였다. 나는 원래 유난히 따뜻한 커피를 좋아했지만 육아하면서는 항상 아아를 마셨다. 잠시 짬날 때 후루룩 조금씩 마시면서 육아하기 딱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그래서 따뜻한 커피를 먹고 싶었기에 따뜻한 커피 그것도 아메리카노가 아닌 좀 특이한 커피를 선택했다.


주문을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 단지의 유모차족이 다 모인 느낌이었다. 친정엄마처럼 보이는 분과 같이 온 엄마는 자는 아이를 두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아장아장 걸을 수 있는 아기를 데려온 엄마는 아이를 유아의자에 앉히자마자 아이가 나간다고 해서 다시 허겁지겁 잠바를 입혀서 같이 나갔다.


번호가 불리자 나는 깨달았다. 저 커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유모차를 다시 끌고 가서 음료와 함께 컴백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엄마였다. 여태껏 이렇게 누군가를 챙겨 다닌 적이 없었는데 이제 나는 모든 행동을 할 때에 아이를 챙겨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컵홀더와 텀블러는 역시 필수겠구나 생각하며 갔다.


커피는 머그잔 가득 있었다. 한 손으로 그 커피를 들고 유모차를 끌 자신이 없어서 "혹시 덜어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하자 직원분이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결국 유모차를 끌고 가야 해서 조금 버려주실 수 없냐고 부연설명을 잔뜩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마치고 유모차 옆에서 커피를 홀짝였다. 잠시나마 이럴 때 노트북을 들고 와서 공부라도 조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쪽잠을 자는 아이를 생각하며 그런 욕심 따위는 내려놓기로 했다. 혹시나 아이가 깨서 울면 바로 나가려고 겨우 커피만 마셨다. 그래도 이렇게 넓은 카페가 단지 옆에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이제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저기 통로에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엄마였으니까.


어느덧 아이의 맘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 말은 아이가 곧 깰 시간이 되어온다는 것이었다. 결국 남은 커피는 아쉽지만 안녕을 하며 컵홀더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반복하며,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 첫 스타벅스는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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