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쩍 차졌다.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산책 갈 때 밖에서만 1시간을 돌기는 어렵다. 유모차에 방풍커버를 씌우고 풋머프를 하면 추운 겨울에도 데리고 다닐 수 있다는데 내가 추울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히 0세 육아에 가장 좋은 동네를 생각하게 된다.
일단 가장 필요한 건 드넓은 평지이다. 절충형 유모차를 끌고 다니지만 생각보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도 쿵쿵대는데 경사로를 올라갈 땐 유모차가 덜컹덜컹하는 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내가 긴장하게 된다. 유모차를 잘 몰아야 한다는 생각에. 겨울에 조금 덜 추우면 드넓은 평지를 걸으면서 산책시킬 수 있다면, 특히 그 평지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추운 바람이 부는 곳이 아니라 공원과 같은 따스한 햇살과 나무가 함께 할 수 있는 동네라면 정말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그리고 필요한 건 몰이다. 무슨 몰이든 관계없다. 이제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곳이라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휴대용 유모차를 끌어도 관계없는 평평한 바닥과 아이가 울어도 다른 소리에 파묻힐 수 있는 넓은 몰. 심지어 대부분의 백화점이나 큰 몰들은 수유실까지 갖추고 있으니 아이가 울면 바로 맘마까지 줄 수 있는 쾌적한 곳이다. 육아휴직자들끼리 꼭 너네 동네에는 백화점 가까이에 있니?라고 물어보는데 백화점 가까이에 있는 엄마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나도 걸어서 30분 거리에 백화점이 있어서 유모차를 끌고 갈만한 거리인가 하고 걸어서 먼저 가봤는데.... 수많은 비탈길과 인도와 차도의 모호함이 섞여 있는 그 거리를 걸으며 여기에 유모차를 끌고 왔다가는 손목만 아작 나겠다는 생각을 하며 접었다.
그리고 넓은 카페. 생각보다 아이들은 유모차를 타면 자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유모차에 타서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면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들어가 볼까 생각을 하기에 넓은 카페가 있다면. 그래서 테이블 옆에 유모차를 놔도 민폐가 아닐 수 있고 조금 울어도 모두가 주목하지 않는 그런 카페가 있다면. 빵과 커피를 우아하게 마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천국이다.
그리고 영유아 도서관이나 장난감 도서관 등이 가까이에 있다면 그것 또한 좋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취향은 다르다. 우리 아이는 아기 체육관에 눕혀놓으면 질색을 하며 빼달라고 울었다. 다행히도 아기체육관은 장난감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 미련 없이 반납할 수 있었다. 육아 중에 아이와 노는 것이 내가 지겨운 느낌이 들어 이 나이 또래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나 하고 집 앞에 도서관을 간 순간, 생각보다 그 도서관에 영아 책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영아책을 보면 알겠지만 내용은 정말 눈곱만큼 있고 페이지도 거의 없는데 가격은 어른 책과 맞먹는 금액이다. 더군다나 아이가 책을 고를 수도 없기에 내가 고를 수밖에 없는데 이 금액을 주고 샀는데 아이가 안 읽는다면... 나도 모르게 독서를 이 어린아이에게 강요하게 되지 않을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부담 없이 '응 안 읽는구나' 하고 반납할 수 있고, 아이의 취향을 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좋은 어린이집이 가까이에 있고, 순번이 돌아오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