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아플 자유가 없다

by 도로도로

예방접종을 다녀오면 꼭 아기가 축 늘어진다. 열이 오르는 아기를 보면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열이 더 오를까 봐 어찌할지 모르겠고 옷을 벗겨놓으면 또 체온이 낮아질까 전전긍긍이다. 예전에 목욕을 시키다가 너무 추워져서 체온이 뚝 떨어진 적이 있어 그것도 걱정이다.


아기용품을 고를 때에도 늘 1번이 안전이다. 유모차를 고를 때에도 비추 후기를 꼼꼼히 보고 바퀴 크기까지 봤다. 아기침대를 고를 때에도 낙상 위험이 없는 침대를 엄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저귀갈이대도 최대한 안전한 걸로 샀다. 나의 부주의나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기가 다치는 건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늘 생각한다. 아기가 아플 거면 그 아픔을 나에게 달라고. 진심이다. 나도 이렇게 될 거라고 육아 전에는 몰랐는데 육아를 하고 나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엄마에게는 아플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프면 육아할 사람이 없어진다. 주양육자가 엄마인 우리 집은 엄마가 아프면 안 된다.


원래 병원도 잘 안 다니지만 육아한 후 허리가 아프면 제깍 병원을 간다. 허리가 아파서 아이를 안지 못하면 육아를 할 수가 없다. 손목보호대를 매번 차는 이유는 안 그래도 약해진 손목이 여기에서 더 아파지면 육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감기 걸린 친구도 만나지 않는다. 아직 독감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아기를 위해 내가 독감 바이러스를 옮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꾸준히 운동도 하고자 한다. 곧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내가 지쳐서 육아를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의 건강관리의 주요 목적은 육아다. 엄마이기 때문에 나에겐 더 이상 아플 자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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