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세 장난감 구입이 필요한 이유

by 도로도로

아기를 낳기 전에는 장난감을 최소화해서 사겠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생활용품으로도 잘 놀고 엄마와 대화하면서 노는 게 더 재미있을 텐데 장난감을 과도하게 사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차라리 나중에 정말 아이에게 필요할 때 쓴다고 생각하고 장난감은 최대한 대여로나 빌려야지라고 생각했다.


100일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아이는 타이니모빌 하나면 몇 분을 보고 있었고 딸랑이 같은 걸로도 재미있게 놀았다. 나도 아이와 노는 것이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잠깐 누워있어 하고 집안일을 하거나 잠시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가끔 터미타임을 시켜주고 누워서 놀아주고 하면 시간이 순삭이었다.


그러나 뒤집기를 시작한 이후 일단 모빌은 바로 아웃되었다. 누워있을 때 신기했던 모빌은 이제 뒤집기를 하면서 재미가 없어졌나 보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물 받은 움직이는 장난감들을 주로 썼다. 대표적인 아이템, 꼬꼬맘. 아이는 움직이는 장난감을 보며 웃다가 금방 되집어달라고 울었고, 나는 뒤집고 되집고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였을까. 하나의 장난감에 더 이상 오래 집중하지 않았고 모든 장난감은 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감정표현이 풍부해졌다. 아이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보면 미소를 가득 띠며 집중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되집어달라고 짜증을 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임신했을 때 시로부터 받은 책을 보여줬는데 생각보다 오래 잘 보는 거다. 그때부터 책을 대여해서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그냥 읽어줬다. 하지만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장난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같아서 오래 가능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직은 손가락의 감각이 매우 뛰어나지 않고 혼자 앉지 못했기 때문에 앉아서 뭘 할 수 있는 장난감은 의미가 없었다. 마치 장난감의 과도기에 들어섰다고나 할까. 장난감 도서관에 있는 장난감들은 아직 이 시기에 베스트로 맞는 것이 없었다. 보통 혼자 앉아서 놀 수 있을 때 놀 수 있는 장난감들이 많았고, 그나마 있는 것들은 다 대여중이었다. 집에 있는 모든 치발기와 작은 인형 장난감은 총출동했고 아기는 돌려가면서 입으로도 가져가고 내가 인형으로 놀아주는 것도 재미있게 보았다.


문제는 나였다. 같은 장난감으로 계속 놀아주다 보니 내가 지루해서 못 견디겠더라.


결국 바스락책을 내돈내산으로 구입해 봤는데 아이한테 읽어주기도 좋고 아이가 입으로 가져가서 냠냠해도 되고, 일석이조였다. 처음에 2권이었던 바스락책은 지금 4권이 되었다. 책에는 그림도 있고 나름의 이야기도 있으니 내가 읽어주면서 놀아주기도 좋았고 아이도 혼자 놀 때 입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들고 보기도 하니 같이 놀아주는 내가 훨씬 나았다.


이제는 치발기 겸 장난감을 찾고 있다. 더 이상 집에 있는 치발기 장난감으로 놀아줄 수 있는 레퍼토리가 한계에 이르렀다. 아이는 여전히 물고 뜯고 잘 하지만 가끔 나를 가만히 보고 있을 때 내가 이 치발기로는 또 뭘 하며 놀아줄 수 있을까에 한계에 이른 것이다. '놀아준다'가 100% 놀아'준다'에 해당하면 나는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놀아주면서 나도 어느 정도 약간의 재미가 있어야 진심으로 놀아줄 수가 있는데 지금까지 있던 장난감으로는 이제 한계다. 0세 장난감 구입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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