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에게 임신, 출산에 좋은 회사란

by 도로도로

내 나이대의 많은 친구들은 활발하게 회사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이자 동시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

한 친구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고 이 와중에 이직 오퍼를 받은 2개의 회사가 있었다. 한 회사는 성장률은 떨어졌으나 큰 기업으로서 기본 복지가 되어 있고 이미 많은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가며 야근이 그리 많지 않은 회사. 한 회사는 무지막지하게 성장하고 있어 본인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만 복지가 보장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회사.


친구가 나에게 어떤 회사가 좋냐고 물어본 데에는 나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둘 다 성장에 늘 목말라 있고 일 대충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못 견디고 그러면서도 육아는 해야 하는 모순적 인간들이니까. 막상 육아를 위해 나의 커리어를 던져야 한다면 그건 아이와 나 모두에게 우울할 거고 또 복직 후 내가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회사 자체가 나의 점프업에 베네핏이 된다면 그게 나의 육아의 동력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임신과 출산에 좋은 회사라는 게 워커홀릭에게 있을지 모르겠으며 결국 팀바팀 사바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기 성격도 있다. 나는 임신해서 대강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죽기보다 듣기 싫었다. 오히려 인수인계까지 합쳐지며 일의 강도와 시간은 많았고 정부에서 주는 단축근무 이런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근데 나는 그 시간이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은 아니었다. 많은 동료들이 걱정해 줬으니까.


중요한 회의가 있더라도 늘 나의 컨디션을 먼저 물어봐주고 배려해 줬고 내가 입덧으로 힘들어할 때면 대신 일을 가져가서 해줬다. 임신기에 나는 매일이 힘들지는 않았고 입덧 기간, 배가 땡겨오는 기간, 배가 커지는 기간 등 일부 기간이 힘들었는데 동료들, 상사들이 그런 시기마다 정말 쉽지 않은 일들을 억지로가 아니라 나를 배려하며 가져가줬고 그때 조금 컨디션 조절을 했다가 달릴 수 있었다. 휴직을 하자마자 바로 산전우울에 시달렸던 나는 어쩌면 바빴기 때문에 그전에 우울도 시달리지 않았고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출산 후도 사바사인데 나는 가끔 회사 사람들이 연락 올 때가 좋다. 처음에는 나의 컨디션이 괜찮은지 아가 사진 보여달라고 갠톡이 왔었고 점차 이럴 때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런 일적인 부분에서도 연락이 왔다. 내가 자료를 찾아봐야 하거나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아니라 나의 경험 혹은 나의 의견을 말하면 되는 부분이라 힘들지도 않고 가끔 내가 작아지는 것 같을 때 그래도 직장에서의 내가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아직 복직을 안 했기 때문에 육아는 모르지만, 그래서 회사보다는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중요할 것 같다. 특히 나와 내 친구 같은 성장주의자이자 워커홀릭들에게는 일이 없고 야근이 없고 이런 것보다 배려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내가 성장하는 것도 느끼고 나의 한도 내에서 내가 달릴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닐까.


그러나 이건 내가 이 회사를 오래 다녔고 이미 신뢰가 쌓여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친구에게는 정말 너에게 복지가 중요한지 성장이 중요한지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워커홀릭과 성장. 참 어려운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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