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열심히 하자던 그 결심은 오데로 갔나.
작년 12월에 기말과제를 모두 내고
방학을 맞이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나는 몰랐다,
개강이 그토록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는지.
20년 전이나 20년 후나,
방학의 시간은 우사인볼트다.
12월 방학계획을 야무지게 세워놓고
이제야 뒤 돌아보니 한 것이 없는 듯하다.
사부작사부작 바쁜 꿀벌마냥 움직였는데
나 자신이 그저 벌꿀이 된 기분이란.
그래도 나는 과학자의 마음으로
내 방학의 시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현미경으로 보면 뭐라도 보이겠지.
10배 줌으로 보면,
아직 안 보인다.
100배 줌으로 보면,
아... 직도 안 보인다.
1,000배 줌으로 보니
오,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느려지긴 했지만 책을 꾸준히 읽었다.
너무 늦게 찾은 꿈에,
너무 일찍 찾아온 노안이,
글 읽는 눈걸음을 질질 잡아끌어서일 테다.
생전 듣지 않았던 오디오북을 많이 들었다.
너무 일찍 찾아온 노안 덕분에,
나의 귀는 방학 내내 바빴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지금은 좋은 글이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꾸준히를 잊어버린 나에게,
꾸준히를 안겨주는 그런 글을 쓰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그 말,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란 것을,
오늘에서야 느끼는 이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