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상상의 영역.
슈우웅, 쾅!
나의 몸이 둥실 풍선 떠오르 듯 가볍게 하늘로 떠올랐다.
부웅 떠오르자마자 로켓처럼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가
축구공이 골대 그물에 처박히듯 나는 그렇게 횡단보도 옆 도로에 박혔다.
뻘밭에 빠진 다리처럼 눈꺼풀은 끈덕지게 감겼다.
나는 힘겹게 눈을 떴지만 새카맣고 새빨갛고 새하얗게 변한 세상을
깜빡하고 눈에 담은 뒤 금방 눈을 감았다.
띠, 띠, 띠 -
'뭐지? 소리가 들리는데.'
"환자분의 수술은 잘 마쳤지만 사고 당시 머리를 바닥에 강하게 부딪혀
의식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으니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시죠."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우리 딸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엄마 목소리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은수야. 눈 좀 떠봐... 엄마가 아직 안심이 안돼..."
'나 괜찮아! 나 말하고 있잖아! 안 들려?'
"너를 치고 간 그놈은 아직도 안 잡혔어.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스르륵, 탁. 터벅 터벅 터벅.
드르륵, 탁.
갑자기 나의 주변 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엄마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귀가 안 들리는 건지 아무도 없어서 소리가 안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두려워진 나는 엄마를 있는 힘껏 불러봤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지금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했다.
일단 내가 사고가 났고 뺑소니였다는 사실,
수술은 잘 끝났는데 내가 아직 깨어나진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이곳엔 나 밖에 없다는 사실.
띠, 띠, 띠 -
병원의 기계에서 나는 간헐적 소리만이 아직 이승이라 알려주는 알람이었다.
늘 죽기를 바라왔는데 지금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서 있어 보니
약간 후회가 되는 것 같다. 아닌가? 내가 원했던 것이 이것인가?
하지만 내가 원한 것은 세상과의 영원한 단절이었는데,
보기는 멈췄으나 들림은 유지되는 이 순간이 이승에 대한 미련인가.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련인지 모를 감정은 나를 깨어나게 하지도,
그렇다고 죽음으로 데려가지도 못하는 힘없는 존재였다.
그냥 조용하게 죽고 싶었는데......
뉴스에 크게 날만한 뺑소니 사고로 떠들썩하게 죽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상태가 죽은 것도 아니니까...
죽고 싶다고 매일매일 기도했던 그것이 벌이 되어 돌아온 걸까?
대화가 하고 싶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입 밖으로 거침없이 내뱉고 싶었다.
이 뭣 같은 상황이 정말 뭣 같다고 상스러운 말을 뱉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저 조용한 숨을 세상에 흩뿌리기만 할 뿐.
드르륵, 탁.
또각 또각 또각.
스르륵, 툭.
'누구지? 엄마는 아닌데. 의사 선생님이신가? 구두소리였는데.
선생님들이 구두를 신었던가?'
그것보다 아주 독한 향수냄새가 내 코를 마비시켰다.
할 수만 있다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욕이라도 짓거리고 싶었다.
"왜 아직 안 죽었지?"
'응? 무슨 말이지?'
"이상하다. 분명 세게 들이받았고... 머리부터 떨어진 것 봤는데..."
'이 사람이구나, 나를 친 뺑소니범이. 그런데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봤는데...'
"뭐, 얼마 못 살겠지만 잘 들어. 그렇게 죽고 싶다더니 어때? 죽기 직전인데."
'아, 너였구나. 그렇게 내 말을 잘 들어주더니 소원도 들어준 거네.'
"말 같지도 않은 너의 말 듣느라 아주 피곤했어.
그래서 소원 들어주려고 계획 세우느라 혼났어. 칭찬해 줄 거지?"
'칭찬은 못해줘, 아직 난 안 죽었잖아.
그리고 사고사는 원하던 죽음도 아니었어.'
"그럼 이대로 살던지 죽던지 알아서 하시고, 난 이만."
스르륵, 탁.
또각 또각 또각.
드르륵, 탁.
그녀가 나간 뒤 다시 한번 정적이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독한 향수 냄새가 함께 남아있었다.
눈만 죽은 이 세계에는 다양한 것들이 살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나를 싫어하는 이들.
사랑하는 이들의 포근한 냄새와 싫어하는 이들의 독한 화학적 냄새.
사랑하는 이들의 아픔과 싫어하는 이들의 기쁨.
눈을 감은 세계는 그런 아이러니가 가득한 세계라는 것을,
눈을 감아서야 알게 된 그런 아이러니.
나 눈을 뜨게 될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