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나를 빵 터지게 했던 재미난 이야기
금요일마다 함께 취미활동을 하는 수업이 있다.
그곳에는 내가 나이가 제일 어리고
나이가 거의 대부분 6-70대의 어머니 아버지 뻘이시다.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이번학기에 새로 오신 선생님께서
점심을 먹자고 해서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대부분 어머니 아버지뻘이다 보니
늘 얻어먹는 처지라 참 죄송스럽다.
그래서 혹여나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나는 아주 친절히 알려주곤 한다.
오늘 점심을 사주신 선생님과의 식사자리는 처음이었고 대화도 처음이었다.
더운 날 추어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나니
제일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께서 점심을 얻어먹었으니
커피를 쏘시겠다면 식당 바로 옆 카페로 이동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오늘 점심을 사주신 선생님께서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시작했다.
손이 너무 떨려서 사진 찍을 때마다
사진이 흔들리길래 이상해서
병원을 찾아갔다는 선생님
- 내가 알코올 중독이라고 그러더라구요
병원에 갔더니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명을 얻고 돌아오셨다고 한다.
평소에 술을 많이 드시기도 하셨고
손이 너무 떨리니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는 선생님
치료약을 먹으면 힘이 없이 잠이 쏟아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하소연을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래도 치료를 하시려는 의지가 있고
이렇게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선생님은 스스로 심각하셨는지
핸드폰을 열어 사진첩을 나에게 보여 주셨다.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 이거 봐 사진이 죄다 흔들렸잖아.
나는 선생님의 사진첩 속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흔들린다는 사진들은 모두
카메라 기능 중 '모션포토 기능'을 켜고 찍었을 때
움직이는 사진들이었다.
나는 그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아! 선생님
선생님 이 버튼을 누르시면 사진이 흔들리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모션포토 기능 꺼짐으로 바꿔 드렸다.
버튼을 알려드리며 껐다 켰다를 반복해 보여 드렸다.
그 상황을 보신 선생님의 표정은 정말!
- 선생님 이제 약 안 드셔도 될 것 같아요.
병원도 안 가셔도 되고요.
선생님 표정은 정말 어이가 제대로 없는 표정이었다.
- 선생님 혹시 이 사진들 의사 선생님에게도 보여드렸나요?
선생님은 의사에게 손이 흔들려서 사진이 자꾸 이렇게 찍힌다며 사진들을 보여드렸고 의사는 보고 난 후 '진짜 그러네' 하며 알코올중독이라는 병명을 내리고 약을 처방해 준 것이었다.
- 선생님 혹시 의사가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나요?
선생님은 어안이 벙벙해서 내 말이 들리지 않으신지
멍하니 앉아계셨다.
그리고 헛웃음만 지으셨다.
나는 너무 많이 웃어도 실례인 듯하여
속으로 웃음을 삼키고
- 선생님은 지극히 정상이니
약도 끊고 잠도 편하게 주무시고 일상생활 제대로
하시면 될 듯 해요.
오늘 제가 선생님 알코올 중독을 고쳐드린 거랍니다. 하하
나이가 들면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은 잘 다루던 기계들이지만 나이가 들어
새로운 기계들을 만나면 나도 잘 다루지 못할 지도
모른다.
강의실에 있다 보면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자주 나를 찾아온다.
맞춤법 검사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신청서는 어떻게 작성하냐며?
이건 어디로 들어가야 하냐고?
이 파일은 어떻게 보내는 거냐고? 등등
그럴 때 난...
앞으로 난...
그분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가르쳐 드릴 것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