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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24. 2024

가을, 다시 또 경주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울산보다 경주의 여름은 더 뜨겁고 강렬하다.

전국 각지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오는 이들과

수많은 차들

경주는 온통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내가 사랑하는 경주이지만 무더운 여름에는

잠시 경주를 향한 내 마음을 잠시 접어둔다.


며칠째 솔솔 부는 바람소리가

다시 내 마음을 깨운다.

경주가 오라고 손짓한다.


남편이 5일간 휴가를 잡았지만

주말에는 개인적인 나의 행사와

주말 비 그리고 평일엔 또다시 나의 일정이

휴가의 발목을 잡았다.

휴가 마지막날인 오늘에서야 남편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일부터 출근이기에 멀리는 가기 싫다는

남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우리 다시 경주로 가자고 의기투합했다.


경주는 또 가냐며 핀잔을 주던 남편은

이제 나처럼 경주 마니아가 되어 가고 있다.

내가 경주 가자고 하면 이제는 두말없이

차를 경주로 몰기 시작한다.

경주 출발과 동시에 나는 나만의 일정을

마음속으로 정한다.


가을꽃 구경하기 최고 좋은 곳은 바로

분황사와 첨성대

첫 코스를 한산한 분황사로 달린다.!

도착하니 분황사 주변에는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우리를 반겨준다.

남편은 분황사는 처음 와 본다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분황사인데

나는 심심하면 오는 곳인데 처음 온다니

나 또한 의아해했다.


남편은 여기 너무 좋다며 좋아한다.

넓게 펼쳐진 백일홍밭과

황룡사지터와 파란 하늘은 그렇게 우릴 괴롭히던

더위를 한방에 날려준다.

여름에 오면 땡볕이라 1분도 서있기 힘든 곳인데

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달 벤치에 앉아서 바람을 느낀다.

너무 좋다며 잠시 앉았다 가자고 한다.

코스모스는 주말에 내린 비로

누워버렸지만 다행히 색색깔의 백일홍은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세우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모습이 너무나 당당해서 더 아름답다.


꽃밭에서 꽃들과 시간을 보낸 후 분황사로 들어갔다.

분황사 모전석탑을 처음 본 남편은

신기해 죽을 표정이다.

사자상도 신기해 이리 만지고 저리 만져본다.

부자 되게 해달라고 빌어도 본다.

범종 앞에 앉아서 모전석탑의 위대함을 우러러본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단다.


-우리 이제 첨성대로 갈까?

-근처니깐 금방 갈 거야


다시 차를 몰고 첨성대 쪽으로 간다.

- 첨성대에는 어떤 꽃들이 피어있을까?

- 저기 봐 핑크뮬리다. 핑크뮬리가 벌써 폈네


핑크뮬리가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달려간다.

평일이라 사람들도 없고 사진 찍기 최적의 환경이다.

몇몇의 관광객이 보이는데 자꾸만 화단에 들어가려는

모습들이 영 거슬린다.

한 아저씨가 소리친다.

- 들어가지 않아도 사진 예쁘게 나옵니다. 들어가지 마세요

속이 후련하다.


감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니

분홍 파도가 철썩 거린다.

한 아주머니가 감나무를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다.

그때 우리 옆에서

- 퍽!!

감이 떨어진다. 우린 깜짝 놀란다

-  여기서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감이 거기서 떨어지네

아줌마는 웃으며 감을 주워 먹는다.

달다며 웃으신다.

우리도 따라 웃는다.


첨성대 꽃밭에는 온갖 꽃들이 다 펼쳐져 있다.

가을에 볼 수 있는 모든 꽃들이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을 보며

또 와야지 하는 기대감을 준다.


그냥 왔는데 뜻밖에 핑크뮬리도 보고 온갖 가을꽃들을

한 번에 보게 되는 행운을 맛본다.


- 역시 경주는 나를 늘 반겨준다니깐

이러니깐 내가 경주를 안 좋아 할수가 없어

내 사랑 경주


그것보다 더 좋은 건

바람이 분다는 것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는 것


그래 맞다.

가을이 왔다.

가을이 없어질까 두렵지만

가을은 꼭 우리에게 알린다.

왔다고! 가을이 왔다고!


우리 부부의 가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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