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옹기 체험 20회를 신청해서 배우고 있다.
저번주 한주 빠지고 벌써 6회째가 되었다.
흙을 만지다 문득
내 인생에 흙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언제 있을까?
하고 되돌아본다.
초등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꼭 씨름장이 있었다.
이름은 씨름장이지만 우리들에게는 모래 놀이터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늘 흙공을 만들었다.
흙으로 둥글게 만들어 야구공 만하게 만들던 흙공
흙공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데
물을 적당히 썩어가며 햇빛에 말리기를 반복하고
혹시나 친구들이 부숴버릴까 나만이 아는 장소에
숨겨두었다가 다음날 또 흙을 입히고 크기를 키우고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흙공은 만드는 자의 솜씨에 따라 단단함이 우수해진다.
하나의 공을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야 했던
그때가 생각 난다.
두 번째 흙의 추억은 중학교 때다
중학교 때 미술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미술반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배웠는데
제일기억에 남는 게 한지공예와 조소였는데.
미술선생님은 우릴 뭘 믿고 조소를 해보라고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처음으로 만든 조소는 흉상이었다.
흙으로 흉상을 만들어 보라고 했던 선생님
나는 처음 만들어 보았지만 그럭저럭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선생님은 제법 솜씨가 좋다며
조소 대회에 나가길 권했고
흉상 하나 딸랑 한번 만들어 본 나는 당당하게
조소대회를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조소대회는 부산의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이루어졌고
참여자들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가만히 지켜보니 다들 예고를 꿈꾸는
학생들인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대회의 주제는 손이었다.
손을 단 한 번도 만들어 보지 못했던 나는
아무리 손가락을 만들어도
자꾸만 부러져 그날 제대로 망! 해버렸다.
그날 나는 작렬하게 전사하고는
다시는 흙을 만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흙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맘대로 잘 되지 않는 흙이 싫었다.
하지만 나이가 드는 그 또한 극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 옹기체험을 신청했던 거였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냐고?
이번 체험 2기에서 우등생이라고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선생님이 알려준 데로 제일 빨리 잘하는 학생으로 늘 칭찬을 받는다.
너무 빨리 만들어서 어쩌면 미움을 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창의력도 조금 있어서 샘플에 나의 창의력을 보태어
색다르고 멋지게 만들어 낸다.
어느날
옆에 앉은 분이 내가 만든 것을 모방해서 만드는데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을 본 선생님의 말
- 옆에 박하샘은 만들면서 다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만들 거고 어떤 무늬를 붙일 것이며 등
이미 머릿속으로 다 그려 놓고 하는 거랍니다.
그래서 잘 만드는 거에요.
선생님이 내 머릭 속에 들어왔다 나왔나 보다.
나는 흙을 빚으면서 머릿속으로 다음 해야 할 것을
구상한다.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어 낼지 상상하며
물레를 돌린다.
어쩌면 평생 흙을 만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는데
나의 단점 내가 못하는 것도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그 산을 넘어보는 재미와 성취감이 쾌감을 준다.
지금 현재 작품을 총 6개를 만들어 놓았다.
첫 번째 작품이 구워져 왔고
만들었을 때보다 구워진게 더 예뻐서
볼때마다 즐겁다.
앞으로 남은 14회
14개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할지 나도 모른다.
멋진 옹기들이 탄생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