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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May 12. 2023

품다

언양 성당을 둘러보며

가끔씩

문득문득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담쟁이덩굴이 성당 담벼락을 가득 덮어갈 무렵 가끔 찾는 언양 성당


오랜 역사만큼 멋스럽고 조용하게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 바로 아래에 구봉성당이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도 곧잘 하고 인기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성당을 다니고 있었다,

부모님도 성당을 다녔기에 친구들도 성당을 다녔던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성당 다니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성당을 다니는 친구들끼리는 뭔가 모를 끈끈함이 보였다고 할까?

그 친구들 사이에 끼고 싶어도

성당을 다니지 않아 끼는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천주교를 믿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성당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냥 내가 넘을 수 없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성당의 종소리도 좋고 왠지 성모마리아를 보면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더 가끔 이곳을 찾게 되나 보다.




언양 성당에 도착하면 본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본당 왼쪽 편으로 해서 계단 위로 올라가니 담벼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장미들이 나를 반겨준다.


여름이면 울산은 장미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장미의 종류도 수를 셀수 없을만큼 다양하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크기로 제각각 뽐낸다.


하지만 나는 장미라면  빨간 장미가 진짜 장미처럼 느껴진다.  장미는 빨개야 한다는 고정관념일지는 몰라도 나는 장미 빨개야 진정한 장미라는 생각이 든다.


붉은 벽돌과 어우러진 장미 덩굴이 마음에 쏙 든다

그림으로 그려볼까 싶어 건물과 함께 사진을 남겨본다.


빨간 장미와 한참 즐긴 후 계단을 내려와 성모 마리아상 앞으로 가본다.


'성모마리아상 주변에 빨간 장미가 있었었나?'

봄이나 초여름에 주로 왔던 터라 빨간 장미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장미 덩굴에 둘러싸인 성모마리아가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여러 각도로 성모마리아를 담아본다

한참을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백발의 노인분이 카메라를 들고 연신 "아~예쁘다. 너무 예빠다 "라고 말하며 사진 찍을 준비를 하신다. 그냥 멋진 사진을 찍으로 다니는 아저씨라 생각하며 나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비에 젖을까 햇빛이 뜨거울까

돌집 위를 빨갛게 덮은 장미들은

그 누가 봐도 감탄할 모습이었다.


" 이 성당 다니시나요? "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에게 물어본다.

" 아니요. 성당이 예뻐서 가끔씩 들린답니다. "

" 저 빨간 장미 너무 예쁘지요? 내가 로마 성지순례 갔다가 어느 수녀원에 갔는데 성모마리아 주변에 장미를 심어 놓은 걸 보고 너무 예뻐서 귀국하자마자 여기다 장미를 심었어요. "

" 아 그래요? 너무 예쁩니다. "

" 4년 전에 심었는데 이렇게 많이 자라서 저 돌담을 덮었네요. 로마의 수녀원은 저 돌을 바다 돌로 만들어서 더 멋스러웠답니다.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 네? 아니요 괜찮아요? "


잘 모르는 분의 사진기의 내 모습을 남긴다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해서 거절했다.


" 올해가 언양 성당 지어진 지 96주년 되는 해랍니다. 이렇게 기록에 남겨놓으면 좋지 않을까요? 제가 한 장 찍어 줄게요. "

어쩌면 나도 후에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겠지 싶어 승낙을 했다.

 

사진을 찍어주시던 할아버지는 한마디를 더하신다

"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성당에 다닌답니다."

" 아 그래요?"


'문재인 전 태통령도 양산에서 여기까지 오시는 구나.'

혼자 생각하며 포즈를 잡아본다.


성모마리아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사랑이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나에게 사진을 찍어주고는 성모마리아상으로 가서는 붓으로 먼지와 새똥 거미줄 등을 걷어내는 청소를 해주신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빨간 장미 덩굴에 둘러싸인 성모마리아와 나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지만 감사인사를 드리고 성당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나도 기도한다.

" 성모 마리아 님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언양 성당은 역사를 품고 있고

사람의 마음을 품고

하늘과 땅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엄마의 품 / 박 하


모진 역사를 품다 보니

성한 데가 없다

그래도

여전히 품고 또 품는다

하늘도 땅도 인간도



평화로운 시간 보내고 갑니다.


#언양성당 #역사 #디카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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