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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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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May 15. 2023

<청춘러브에세이> 1화 소리사랑

훈남 3인방


나는 지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와 있다.

여중 여고를 나온 나는 처음 만난 과 여자 친구들을 비롯해 남자 친구들과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게 어색하다. 아직 서로를 잘 알지 못한 터라 둥글게 앉아서 손가락으로 바닥만 긁거나 바닥만 쳐다보고 있다.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어두운 밤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면 이제 마음껏 술도 마실 수 있잖아.

술 마시고 놀다 보면 어색함이 사라지겠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으니 과 선배들이 신입생들은 강당으로 집합하라고 한다. 오늘 저녁 신입생 맞이 축하 공연이 있다나 뭐라나.
모든 신입생들이 강당에 모여 축하공연을 보기 위해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의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서 보는 게 못마땅했지만 어떤 공연을 할지 내심 기대하며 공연을 기다려 본다.

사회자가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다리에 쥐가 나서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빨리 공연이나 시작하지. 사회자는 뭔 말이 저리도 많은지' 짜증이 확 밀려온다.

"다음 공연은 우리 학교의 통기타 동아리 소리사랑의 공연이 있겠습니다."라고 사회자가 소개한다.
'통기타 동아리? 오 우리 학교에 통기타 동아리도 있었네. 기대되는 데. 근데 소리사랑 이름 너무 촌스럽다 '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기대에 부풀려 무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기타 연주자와 싱어가 무대 중간에 섰다. 기타 반주가 흘러나오고
싱어는 분위를 잡더니 한창 인기를 달리고 있는 김종서의 <영원>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 만큼 사랑하는 세상이 있어~~~"
"와~~~"
신입생들의 함성 소리가 들린다.
김종서랑 목소리가 비슷하다며 여기저기서 수군거린다.
장르 불문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나도 김종서 노래에 푹 빠져 든다.


https://youtu.be/D_OxLzm3FUk



사실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선배가 김종서 광팬이라 김종서 노래를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팬이 되어 버렸다.
'와 멋있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참 멋있네. 거기다 목소리도 완전 김종서다. 잘 부른다.' 한참을 넋을 잃고 나의 눈은 무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영원이 끝나고 두 번째 순서로 남자 선배 두 명이 의자와 통기타를 들고 나온다.
의자에 앉아 기타를 튜닝하고 통기타를 들더니 서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러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전주 없이 바로

"딱딱~." 피크 신호에 맞추어 노래가 바로 시작되었다.
"Starry starry night~~~"
듣는 순간 '어? 내가 아는 노래인데?
이 노래는 내 사랑 신승훈 오빠가 좋아하는 노래잖아.'
이 노래는 바로 돈 맥클린의 <빈센트>라는 곡이다.
신승훈 오빠의 8년째 광팬이었던 나는 올드팝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신승훈에 관련된 건 다 좋아하던 때였다.
내가 좋아하는 신승훈 오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저 두 선배가 부르고 있는 것이다.

내 눈도 반짝반짝 거린다.


https://youtu.be/yW6M4_EeZuw



그래서인지 두 선배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왼쪽에 앉은 선배는 중간 가르마에 귀 옆까지 굽이쳐 내려오는 헤어스타일에 생긴 것도 딱 정우성처럼 생겼다. 거기다 목소리는 부드럽고 감미롭다.
'와 우리 학교에 정우성이 있었네. 진짜 잘생겼다. '
그리고 오른쪽에 앉아있는 선배는 짧은 헤어스타일에 날씬한 몸매에 날렵한 턱선이 매력적이다. 얇은 쇳소리를 겸비한 듯  부드러운 목소리에 샤프한 게 멋있어 보인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날카로운 목소리가 제법 잘 어울리는 듀엣이다.


'이 동아리 선배들 왜 이렇게 다들 잘 생긴 거야~'

두 선배의 빈센트 듀엣곡을 듣는 순간 내 눈에는 하트가 번쩍번쩍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결심했어. 나 저 동아리 들어가야겠어. 무조건 들어갈 거야. 저 선배들 보러 무조건 ~!'

두 선배의 듀엣곡이 끝나고 또 한 명의 남자 솔로가 나왔다. 키는 아담 했지만 웃는 모습이 귀여운 선배다.
'어~이 선배는 또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앞에 노래 불렀던 남자 선배들이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무 말 않고선 그냥 떠나 버린 널~~~"
'뭐지? 이 선배 목소리는 더 좋잖아. 포지션의 <너에게> 아냐?. 귀엽고 노래까지 잘하다니 완전 내 스타일이다'


https://youtu.be/d8wOHMNXta4



노래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는 내가 우습지만 여중 여고 여자들만 우글대는 학교를 6년이나 다닌 나로서는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이 곡의 킬링파트가 들린다.


"너에게 내가 힘이 돼줄게 더 이상 아픔을 혼자 느끼지 말아 줘. 내가 곁에 있을 게 그래 난 울지 않겠어."


'와 아픔을 혼자 느끼지 말래~ 노래 정말 미쳤다 미쳤어. 나 입학하면 무조건 저 동아리 들어갈 거야 꼭!'

그렇게 난 다짐했다. 소리사랑이라는 통기타 동아리에 저 세 남자를 만나러 갈 거라고.
소리사랑 오디션에 반드시 합격해서 저 동아리에 들어가고 말 거라고.

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온 건지 소리사랑 덕질을 하러 온 건지 2박 3일 내내 소리사랑 꽁무니만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담벼락에 기대어서 이야기 나누던 선배들을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선배들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쫓아다니다 결국 숙소까지 알아냈다.  멋진 선배들 보기 위해 숙소 근처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소리 사랑만 생각하며 훈남 3인방을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집으로 돌아왔다.

2박 3일간 쫓아다니던 훈남 3인방 중 한 명은 바로 지금의 내 남편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나는 입학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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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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