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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l 17. 2023

낯선...

낯설다에서 어느새 낯익다로


나는 낯선 사람, 낯선 일, 낯선 공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낯선 모든 것은 싫어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만 자란 부산 토박이다.

내가 주로 다니는 공간 외의 다른 공간으로 가면 불안감을 느꼈다.

꼭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까지 흘렸다.

그래서 더 낯선 곳을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제일 처음 낯선 곳으로 가게 된 건 대학교였다. 부산이 아닌 지방 대학교를 매일매일 다닐걸 생각하니 낯설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함께 다닐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럭저럭 잘 다닐 수 있었다. 낯선 공간에 대한 불안감을 잘 극복했던 4년이었다.


두 번째 내가 낯선 곳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일이 바로 취업을 할 때였다

나의 몇몇 동기들은 서울로 취업을 했다.

나는 우리 집을 벗어나 부모님이 없고 연고가 없는 서울로 가기가 무섭고 두려워 단번에 서울 취업은 포기했다.

과연 서울에서 나 홀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두려움과 불안감이 밀려와 쉽게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학교 cc였던 지금의 남편과도 헤어지기가 싫었던 이유도 컸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서울행을 포기하고 전공은 살렸지만 집 근처 회사에 취직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후회되는 시점이 어디냐고 물으면 바로 취업 때다.

왜 그때 서울을 가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아직도 미련처럼 남아있다.

물론 알 수는 없지만 서울에 갔더라면 전공을 살려 꽤 높은 직책에서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나는 낯선 곳이라는 이유로 가지 않은 서울행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


세 번째 나의 낯선 공간은 바로 장사였다.

전공일을 하며 회사 생활에 지쳐갈 때쯤 나에게 장사의 유혹이 다가왔다.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부산을 버리고 울산으로 와야 했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라 여동생과 함께 하는 동업이라 두려움이 덜 했나 보다.

나와 동생은 다니던 직장을 깔끔히 정리하고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울산에 오게 되었다.


부산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

낯선 환경 낯선 분위기 낯선 길 모든 것이 낯설었다. 장사를 하다 보니 가게에만 있어야 했고 점점 가게에 익숙해져 갔다.

나는 그렇게 낯설게만 느끼던 울산에 정착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공간이라는 것은 때로는 편안함을 주고 때로는 불안감을 주고 때로는 안정감. 경제적인 부 다양한 감정과 물질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람이든 공간이든 적응기간은 필요하다.


아마도 예전에 내가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이유는 알 수 없는 정보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낯선 곳에 가도 네비라던지 동네 정보 등 다양한 것들을 검색하고 조사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낯선 곳이 더 이상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게도 낯선 공간을 싫어하던 내가 낯선 공간에서는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하던 내가 이제는 낯선 곳 낯선 사람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가보지 않은 곳, 새로운 곳을 끊임없이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운전을 하다가도 계획되지 않은 곳으로 차를 돌리기도 한다.

예전에 나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시대가 변하고 공간이 주는 이미지도 변하니 나도 달라진다.


이제  나의 인생은 낯설다에서 낯익다로 변해가고 있다. 내가 한번 지나간 장소는 낯익은 장소가 되고 추억이 된다.


그래서 난 낯설게만 느꼈던 장소를 찾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낯선 길을 찾아 나선다.


내가 살아온 이 길이 이제는 참 낯익고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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