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어릴 적 잠든 사이 잠깐 시장 다녀와지 하고 나갔다. 장을 보고 아파트 입구에 딱 도착했는데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들리는 울음소리에 놀라 뛰어 올라가니 아들이 대성통곡하고 울고 있었다. 언제부터 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목이 쉬어 있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잠깐 갔다 온다는 게 이렇게 됐다고
우리 아들 놀랬냐고 달래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의 잠깐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공포의 순간이었을까?ㅜㅜ
왜 우니?
나 혼자도 잘 놀았는데 나 혼자는 나뿐이어서 울어
어린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느낄 수 있는 슬픔
나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라고 당당히 말하지만 혼자라는 생각에 슬픔이 확 밀려오는 순간
나만 느껴본건 아니죠?
왜 우니?
딱 한 번만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고 싶어서 울아
20대 때 키우던 반려동물 삼식이가 하늘나라로 간 적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날 7월 17일 제헌절이었다.
치매로 정신이 없던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가자 따라 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실 나는 삼식이의 시체조차 보지 못했다.
밤새 사라진 삼식이를 울며 불며 찾아다니며 동네 가게마다 들어가 물어보니 전 날 밤 검은 개 하나가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만 들은 것이다. 그 강아지를 청소부 아저씨들이 치웠다고. 그 강아지가 삼식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펑펑 울며 보낸 기억이 있다.
어쩌면 할머니를 지켜주며 대신 떠난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하며 그렇게 몇 날을 슬퍼하여 보냈다.
형 왜 울어?
아빠도 공부만 잘 하라고 하고
엄마도 공부만 잘 하라고 하고
정말 공부만 잘하면 되는지 몰라 울어
이 그림을 보면서 나는 큰아들이 생각났다.
현재 중3 사춘기 소년이라 내면의 갈등을 많이 겪고 있는 아이다.
어릴 적부터 똘똘한 아이라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수많은 체험과 독서로 애지중지 키웠다. 물론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사춘기가 시작되자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게 되었다. 자식이란 나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나도 알지만 늘 나의 분신처럼 간섭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제도 난 아이와 학업과 진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부모의 높은 기대치가 아이는 부담이 된다.
친구들과 운동하며 뛰어놀고 싶은데 공부도 해야 하는 고민. 꿈이 없어서 갈팡질팡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우리 아들의 현재 상황이라는 것을...
그림책 속 아이도 공부만 잘하라는 부모 아래 얼마나 힘들지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도 수없이 반복 교육이 필요하지만 부모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왜 우니?
내 친구들이 나 없이도 재밌어 보여서 울어
최근에 내가 멘토링하는 아이들은 아스퍼거 증후군과 ADHD가 있는 아이들이라 사회성이 떨어진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공감능력이 떨어지기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은 똑같이 느낀다.
놀고는 싶어 놀았으나 함께 놀지 못하고 트러블메이커가 되고 아이들이 떠나니 그들은 더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그러다 결국 더 깊은 자신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친구들을 멘토링하면서 듣는 말이
"나도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친구들이 싫어해요."
그 말을 들으면 내가 함께 놀아주는 것보다 어쩌면 친구 하나가 더 그 아이의 아픔을 치료해 주는 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 왜 울어?
이 쪽에서 밀고 저쪽에서 미는데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우는 아빠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아빠
밖에서도 안에서도 힘든 남편
요즘 아빠들이 생각나서 짠하다
왜 울어요?
하루가 덧없고 귀해서 울어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죽어간다고...
매일 우리가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하루를 귀하게 보내고 있는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이 그림책에는 슬픔의 모든 삶이 잘 표현되어 있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해서 마음에 있는 말을 해서 울기도 하고 때론 울어야 하는데 함께 울지 못해 속으로 울고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슬픔 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