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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을 겨울 봄 그리고... 다시 여름

당신 기억 속에 집이란?

by 박하

책 제목과 표지만 봐서는 여름의 느낌이 강한 책이다.

더운 여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햇살은 뜨겁지만 시원한 바다

-녹음이 우거진 숲

-발을 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계곡

나는 바다, 산, 계곡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집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적거리던 집이 어느새 하나둘씩 떠나고

텅 비어지더니 나중에는 버려지기까지 하는 집

하지만 이 집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과나무 한그루가 있다.

사람들의 도움 없이 힘들지만 사계절을 견디며 사과열매를 맺는 사과나무


이렇게 버려진 집에 새로운 가족이 찾아오면서 버려진 집을 활력을 찾아간다.





나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릴 적부터 작은 주택에서 살았다.

얼마 전 나온 드라마 제목처럼 마당 있는 집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으리으리한 집과 푸른 잔디가 깔린 마당이었다면 우리 집 마당은 그냥 작은 마당 시멘트로 발라진 회색빛 마당이었다.

나는 어릴 적 그 집이 싫었다.

세대는 바뀌어 현대식 집으로 다 바뀌어 가는데 우리 집만 늘 그냥 그대로인 것 같았다.

낡은 집 때문에 더 가난하고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한 가지 희망의 끈이 있었다.

언젠가 이 집을 허물고 다시 지을 거라는 희망

그 희망은 초등시절을 거쳐 중등 고등시절을 거칠 때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집은 언제 짓냐고? 내 시집가면 지을 거냐고? "

부모님께 항의도 해보았다.

내가 부모님의 사정을 다 아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내가 가진 건 없기에 더 이상 대들지도 항의할 수도 없이 그 지긋지긋한 집에서 살아야만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나는 그 집을 벗어날 수 있었다.

20대 중반이 되어서...

그럼 내가 살던 집은 새로 지어졌을까?

그 집은 허물어지고 더 큰 마당이 생겼다.

우리 가족은 기존의 집과 붙어있던 도로변 2층집으로 옮겨가고 기존의 오래된 집은 허물고 지금은 아버지의 소중한 텃밭이 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집이란 견딤과 버팀이었다.

푹 꺼진 우물과 같은 곳이었다. 우물에서 나온다는 것은 상상치도 못했다.

하지만 그 깊은 우물에서 더 오랫동안 버틴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엄마다.

단 한 번도 불평불만 없이 그 우물을 지켜준 엄마

아마 나도 잘 버텨준 엄마가 옆에 있었기에 그 우물 속에서 잘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집 이야기를 하면 할 얘기가 너무 많지만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오면 버려진 집에 깃든 두 번째 여름은 과연 어땠을까?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 사물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변화무쌍한 공간

그 공간이 작던 크던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면 된다.

공간의 변신의 무죄니까...


버려진 집에 새로운 가족들이 찾아오면서 이 집은 새롭게 태어난다.

사과나무도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열매를 맺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집은 금세 거미줄이 치고 금세 식물들의 지배를 당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는 순간 거미도 식물도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 책 제목이 여름으로 시작하는 건...

푸릇푸릇하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푸른 숲처럼 풍성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풍성함에서 풍성함으로~~~ 가득 채워진 여름 같은 집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과연 가득 채우기만 하면 좋은 것일까?







" 아 너무나 멋져, 모든 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새로운 가족들이 꾸민 집은 새롭게 태어난다.

흠이라고는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집

내가 직접 꾸민 집이라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


'데이지 꽃을 꽃병에 꽂아 방안 곳곳에 두었어요'


방안 곳곳에 데이지 꽃이 방긋 웃고 있다고 상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진다

누군가 나도 데이지 꽃을 꽂아 놓고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고

왜 그러지 못하고 살까?

아이 돌보기도 바쁜데 웬 꽃?

그래도 가끔 꽃집에 들러 기분 전환 삼아 꽃 한 다발 사서 꽂아 보자.


꽃이 있는 집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집이 무엇보다 좋아한 것은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였어요'


새로 온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집은 행복하다.

어쩌면 집이란 곳은 사람 있는 곳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집이 행복한 집이 아닐는지..


'집은 깊이 감사하며 가족에게 선물을 주었어요'


분명 집은 내가 가꾸는 만큼 나에게도 행복을 준다,

나의 어릴 적에는 집이 예쁘든 좋던지 크던지 큰 의미가 없었다. 내가 자라면서 남에게 보여주기 시작하게 되는 순간 볼품없는 집이 부끄러워졌다,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도 싫고 떠나고 싶었던 집이지만

지금은 그 집에 나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이야기도 만들어 주었다.


좋은 집이 좋은 기억만 만들고

나쁜 집이 나쁜 기억만 만들지는 않는다.


집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나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달빛님들에게 집이란?

- 끝었는 노동의 현장이다.

- 추억이다.

- 엄마다

- 삶의 체험 현장이다. 고통이다.

- 어린 시절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집이란?



캘리 작품도 감상해 볼까요?


#달빛캘리루타

#그림책모임

#하브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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