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ACA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Aug 26. 2023

19. 멈춰버린 시간

고장 난 시계

사진_박하_천상공원에서




우리 동네에 가장 인기가 많은 공원이 있다.

늘 아이며 어른들이 북적되는 공원

생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동네 주민들이 너무나도 기다렸던 공원이기에

늘 사람들이 붐빈다.


공원이 만들어질 때 입구에 커다란 시계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난 부산 토박이라

꽃시계 하면 무조건 용두산공원의 꽃시계를 떠올린다.

어릴 적부터 워낙 유명한 시계라

무조건 그곳에 가면 꽃시계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게 국룰이었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우리 동네 공원에

꽃시계가 만들어질 때 너무나 좋아했었다.


하지만 꽃시계는 관리가 힘들었는지 꽃이 아닌

꽃이 피지 않는 잎이 무성한 나무로 꽃시계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시계가 만들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작동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그냥 조형물이지 시계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동하지 않는 시계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지나가다가 보면

늘 가족과 함께 용두산 공원에 가서 놀고

꽃시계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추억들이 생각나

기분이 참 좋다.


용두산 공원 꽃시계 앞에서 쬬숑형제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공원이 없었다.

80년대에 제대로 된 공원이 없는 게 당연했을 터

학교 운동장에서 놀려고 해도 멀어서

그냥 집 앞 골목에서 늘 모여 놀았다.

동네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늘 얼음땡 놀이며 돈가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고무줄놀이, 비사치기 등 겹치는 놀이 하나도 없이

수많은 놀이들을 하고 놀았다.

해가 가는 줄도 모르고 놀던 시절


엄마가 저녁 먹자고

엄마 목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져야

그제야 하나둘씩 집으로 간다,

가면서도 서로 아쉬워

"우리 내일 또 놀자."며 헤어진다.


가끔은 시간이 멈춰서 엄마도 나를 찾지 않고

실컷 놀고만 싶었다.

어릴 적에도 시간이 멈춰서

실컷 놀어 싶어 했듯이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동네 공원은 늘 시끌벅적하다.

강아지 소리

아이들의 고함소리

지나가는 차소리


멈춰버린 시계를 보면서 생각한다.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시계가 멈춘 게 아닐까?

아니면

집에 가기 싫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시계가 알아서 멈춰 준 게 아닐까 하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오늘도 디카시 한편 남긴다.


#바카시 #디카시

#디카에세이 #꽃시계

#시계 #시간

매거진의 이전글 18. 아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