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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22. 2023

18. 아버지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진/글 박하


어젯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 영아야 니 내일 뭐 하노?

- 왜?

- 내일 아빠 병원 결과가 나오는데 엄마 혼자 가서 듣기 그래서 올 수 있음 와서 같이 들어보자고

- 엄마 일정 보고 전화할게.


사실 오늘 이렇다  큰 일정은 없었다.

일이 있기는 했지만 취소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엄마에게 바로 가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도 아빠의 병원 검사 결과를 혼자 듣기가 두려웠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선뜻 가겠다고 하지 못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병원이 너무 싫다.

특히 검사한 후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길은 끔찍하게도 싫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초조함과 시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스트레스 지수가 마구마구 올라간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끔찍하게도 싫다.


그래서 아빠의 검사 결과를 듣는 것도 나에게는 크나 큰 스트레스인 것이다. 물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신적으로 피폐해진다.


엄마에게 전화가 없다.

' 혹시 결과가 안 좋게 나왔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 괜히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인지 선뜻 전화기를 들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내 마음을 풀어지만 여전히 마음은 무겁고 편치 못하다.




아빠는 부산의 연안 부두에서 일을 하셨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온몸이 아프시다며 계속 집에서 쉬셨다. 그런 아빠를 엄마는 표현은 안 했지만 못마땅해하셨다.

아빠 친구분들은 퇴직을 하고도 일거리를 찾아 다시 일터로 가는데 아빠는 가시지 않으셨다.


그렇게 몇 년을 쉬고 나서 받은 통보는 폐암이었다.


엄마도 단 한 번을 쉬지 않고 일을 하셨다. 긴 세월 일을 하며 이제는 제발 쉬라고 일을 못하게 한 게 무릎 수술 때문이었다. 무릎 수술을 하고 쉬면서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 데  그즈음 아빠의 병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엄마는 아빠의 병원을 따라다니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두 분 다 편한 게 없다.

왜 우리 부모님인지... 속상할 뿐이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자주 들여다보고 맛있는 거 사드리고 함께 웃어주고 함께 즐겨주는 게 다다.

이럴 땐 삼 남매라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번갈아 가며 부모님 댁을 방문하고 있으니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좀 편안하게 즐겁게 살려고 하는데

몸이 아프니 두 분 다 속이 속이 아니다.




접시꽃이 핀 어느 날 꿀벌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꽃송이들을 아래에서 위로 차례로 찾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있는 아주 부지런한 꿀벌이었다.

온몸에 꽃가루 묻히고 일하는 꿀벌을 보니 부모님이 생각이 났다.

그런데...

오늘 마음이 참 무겁다.


죄송해요. 엄마.


#바카시 #디카시

#디카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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