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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n 25. 2023

나는 지우개와 일 한다

지우개로 하는 일이란?

나에게는 수많은 직업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의 직업들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대학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시작으로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조경기사로 일을 하며 pop디자이너 프린랜서로 투잡을 했었다. 전공일이 지겨워지자 장사가 하고 싶다며 호프집을 경영하기도 했다.

장사를 하던 중 아이를 낳고 나니 육아로 장사가 힘들어 그만두게 되었다. 아이를 잘 키워 보고자 아이를 업고 문화센터 나갔다가 나의 열정과 재능을 알아본 유아영재교육 원장에게 픽업이 되었다.

그렇게 난 나의  꿈이었던 선생님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아이가 크면서  초등학생이 가까워지자 초등교육이 궁금해졌다. 초등교육을 배울 수 있는 교원에서 교원의 꽃인 지국장까지 할 수 있었다. 긴 시간 일에 파묻혀 일하다 보니 몸이 상하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 이때까지 쌓아왔던 지위와 명예를 과감히 놓아 버렸다.


쉬지 않고 일을 한터라 쉬고 싶었으나 나의 역마살은 나의 발을 집에 묶어두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과 강의하는 일에 목이 말라 있었다.

어떤 일을 할까 고민 고민 하다 나의 최종 직업으로 프리랜서를 선택했다.

나는 한 곳에 메여서 일하지 못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자유롭게 시간을 조율하고 나의 패턴대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현재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지금 나의 최종 직업은 창의지필퍼즐 강사와 창의표현놀이 강사를 겸하고 있다.

이 두 일은 지우개가 필수인 일이다.


주강의인 창의지필퍼즐은 지우개와 연필 그리고 교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수업이다.

다양한 퍼즐을 아이들과 푸는데 아이들은 수없이 쓰고 지우개로 지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센터에서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산다.

창의지필퍼즐 아이들이 제일 강의실을 더럽게 쓴다는 것이다. 지우개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는 게 담당 강사로서 많이 억울하다. 그래서 꼭 마치면 지우개똥은 내 손으로 다 치우고 나온다.

이 수업은 지우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수없이 지워야 퍼즐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우다 책에 구멍이 나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하고 인쇄되어 있는 글자들이 사라지기도 하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이때 나는 아이들에게 얘기한다 계속 지워야 하니 처음엔 연하게 연필을 사용하라고. 하지만 아직 어린 친구들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그럼 2차 방어로 지우개를 바꾸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지우개 best 4를 알려주겠다


1. 연필뒤에 달린 캐릭터 지우개

이건 지우개가 아니다. 그냥 장식 일뿐이다.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종이만 상하게 된다.

1순위로 탈락시키는 지우개다.


2. 크기만 큰 캐릭터 지우개 e×) 바나나 지우개

클수록 정말 안 지워진다. 그냥 고무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 편견 지우개

아이들에게 잠깐 유행했던 검은색 편견 지우개다.

이 지우개는 이름처럼 지우개가 잘 지워진다는 편견은 버려야 하고 제일 힘든 건 검정 지우개똥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4. 스테딜러 지우개

이 지우개는 최근에 초등학생들이라면 한 개씩은 다 가지고 있는 독일제 지우개다. 커터칼처럼 올리고 내리고 하는 형태라 지우다 보면 어느새 케이스가 내려와 교재를 긁어 버린다. 내가 싫어하는 지우개중 하나다.


5. 샤프형 지우개

샤프처럼 누르면 조금씩 나오는 지우개

이 지우개는 가늘고 힘이 없어서 지울 때마다 똑똑 부러진다. 샤프심이 부러지는 것처럼~~ㅜㅜ


그럼 어떤 지우개가 좋을까?

동네 문구에 가면 파는 2,300원짜리 네모 세모 지우개가 최고다. 비쌀수록 잘 지워진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가끔 아이들에게 우스개 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집에 지우개를 가지고 가는 귀신이 산다고. 분명 방금 썼는데 자꾸 지우개가 사라진다고. 그러면 아이들이 너도 나도 우리 집에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도대체 지우개는 왜 잘 사라지는 것일까? 미스터리하다. ㅎㅎ


두 번째 나의 일은 창의표현놀이다.

이 수업을 할 때도 지우개가 필수다.

바로 분필을 지우는 지우개다.

놀이수업이다 보니 아이들을 만나 다양한 놀이수업들을 진행한다.

아이들의 워너비 놀이가 바로 지우개 피구다.

요즘은 학교 칠판이 보드마카를 사용하거나 디지털 칠판으로 바뀌어서 분필 지우개를 본 아이들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이게 뭘까? 하고 물어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필통?이라고 얘기한다.

그럼 이 지우개에 대해 설명을 하고 놀이를 시작한다.

지우개로 하는 피구다 보니 일반 피구에 비해 안전하고 교실에서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최애 놀이 중 하나다. 열이면 열 아이들은 더 하자고 나를 붙잡을 정도로 재미있는 놀이다.


나는 매주 지우개와 함께 아이들과 논다.

지우개 없으면 할 수 없는 나의 일

그래서 그런가 나는 다이*에 가면 습관적으로 지우개를 사가지고 온다.


갈 때마다 지우개를 사서 오는데

집에 오면 지우개가 사라지고 없다.


정말 우리 집에는 지우개 귀신이 사는 게 확실하다.


#생각나는대로느낌대로적어요

#나의이야기

#지우개의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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