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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01. 2023

포기했다가 일주만에 만든 그림책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말이었지


추석 전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신청했다.

처음 시작은 나도 그림책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사항으로 시작했다.

그림책 스토리는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한 번은 만들고 싶었던

스토리가 있었기에

하지만...

문제는 그림이었다.


내가 생각해 놓은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취미로 그림은 그리고 있지만

보타니컬도 꽃을 보고 그리면 되고

어반스케치도 풍경을 보고

그리면 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림책은 달랐다.

내가 써놓은 글과 함께 그림을 그려야 하니

막막하고 시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포기해 버렸다.




포기한 후

추석도 있었고

아빠 수술에

나도 병원을 들락 거리며

시간도 없었지만

그 상황을 핑계 삼아 그림책 수업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편에 나도 모를 작은 싹이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음속 또 다른 내가 외치기 시작했다.

- 너 그림책 진짜포기 할 거야? 진짜로?

이렇게 포기할 거냐고? '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소리치고 있었다.

꼭 다시 하라는 외침 같았다.


네 번을 빠지고 네 번의 수업을 남겨둔 채

다시 수업에 참여해 보기로 했다.

책은 만들지 못해도 더미북이라도

만들어 보라는 선생님의 권유였다.

그렇게 간 강의실


그날은 하필 다 만들어진

책을 함께 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분들이 만든 그림책을 보는데

순간

마음속에 또 다른 외침이 들렸다.

- 거봐 너도 열심히 했으면 저분들처럼

멋진 그림책 하나 만들었을 거 아니야! '

- 그래 맞아. 난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오늘부터라도 다시 시작해 볼까?

- 넌 할 수 있어. 시작을 안 했을 뿐이지 하면 잘 할 수 있을꺼야. 지금이라도 시작해봐.


그렇게 난 쉽게 포기한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마음을 잡고 선생님께 톡을 남겼다.


- 선생님 저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데

지금부터 해도 될까요?

기존의 스토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

다 엎고 새로운 스토리로 오늘 하루 열심히

만들어 볼게요. 언제까지 하면 저도 책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 금요일 오전까지 만들면 가능해요.

힘들겠지만 하는데까지 열심히 해봐요. 우리


나는 기존의 스토리를 다 포기했다.

다행히 다른 분들의 그림책을 보면서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있었다.

그 방법이라면 단기간에 만들 수

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 그래 난 경주를 좋아하잖아.

경주에 관련된 그림책을 만들자.

그리고 난 사진을 잘 찍잖아.

사진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거야


나는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기 시작했다. 그날이 수요일이었다.

하루 종일 씨름하다 보니 완성이 되기는 했다.

나에게는 3일의 시간이 있었다.

작업하고 수정하고 작업하고 수정하기를 반복

결국 책 한 권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그래도 완성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그렇게 금요일 오전 파일을 넘기고

 다시 수정과정을 거쳐 파일을 또 다시 보내며

수업날이 되었다.

급하게 내가 만든 그림책을

프린트해서 더미북을 만들기로 한 날이었다.

단기간에 만든 그림책을 출력해서 가져갔더니

옆에 계신 분들도 놀란다.

분명 하나도 성과물이 없던 내가

짜잔 하고 들고 나타났으니 놀랄 수 밖에


모두 함께 더미북을 만들었고

서로의 그림책을 읽어 보며

잘했다고 수고했다며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었다.


어쩌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짧은 기간 만든 그림책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하려고

노력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책이 나오면 부끄럽겠지만 그 것도 내 몫이겠지.


다 함께 더미북을 보면서

뿌듯해했고

진짜로 책이 나오면

얼마나 기쁠까 하며

행복해 했던 오늘


오늘은 함께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리쳐준

내 속의 또 다른 나에게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책이 나올 그날을 기다려 본다.


특별히 책 표지만 공개해봅니다~^^

그리고 다행히 이 책은 비매품으로

꼭 갖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만

만들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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