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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04. 2023

퍼즐 푸는 여자

나의 본업은 퍼즐강사입니다.

나는 다양한 일들을 한다.

그 다양한 일 중에서 본업은

퍼즐 강사라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를 가르쳐 왔지만

2018년도에 시작한 퍼즐 수업은

지금까지 하고 하고 있다.


시작은 두 아들의 취미를 위해

시작했었는데

아이들이 푸는 문제들을 보니

내가 더 관심이 가지게 되었고

풀어보니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퍼즐강사가 되었다.

6년째 퍼즐 강사를 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날이 있는데

그날이 바로 1년에 한 번 있는

전국 창의지필퍼즐 대회이다.


사실 굳이 대회를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들에게 성취감이라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알기에

귀찮고 번거롭지만

매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항상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매년 초 그런 친구들을 픽 해놓는 것도

나의 일 중에 하나다.

그런 친구들은 무조건 대회를

나가자고 선생님만 믿고 따라 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설득한다.


퍼즐을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퍼즐 오는 시간이 즐겁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매년 한번 10월에 열리는 전국대회

작년까지는 전국대회 한 번으로 치러졌는데

올해는 수도권지역과 경상권으로 나누어

예선을 치르고 1~3위 인 아이들이

다시 본선에서 장학금을 주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대회를 준비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먼저 참가 여부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고

참가를 원하는 인원을 파악하고

참가비를 거두어 본사에 송금하고

인원이 확정되면

아이들이 연습해야 할 연습문제를

대회할 때까지 시간만 나면 출력을 해야 한다.

학년별로 출력을 해야 해서

가끔 헷갈리기도 하고

프린터가 말썽을 부려

종이를 날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과정들이 즐긴다.

한 학기 또는 두 세 학기 동안 열심히 한 아이들이

대회를 치르고 상장과 트로피를

안겨주면 내가 상을 받은 것처럼

행복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본사의 문제로

현장대회에서 온라인 대회로 바뀌면서

대회 출전 인원이 대거 줄었다.

항상 20명 이상이 출전했는데

올해는 단 9명만 출전하게 되었다.


출전 인원이 작아지면 나는 힘들어진다.

대회를 나가는 아이들과

나가지 않는 아이들은

나누어 가르치려면 몸이 하나로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이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준비하면서 걱정도 되기도 했다.

사실 대회 준비를 돕기는 하지만

연습은 순전히 학생들의 몫이기에

열심히 연습한 학생만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연습과정만 보면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등수가 눈에 보인다.

이것도 아마 오랜 출전의 노하우가 아닌가 싶다.


저 아이는 분명 무슨 상 이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감이 오니 말이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울산창의지필퍼즐'은

성적이 좋은 지역이라고 소문이 났다.

이유는 매년 학년별 1위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전국 1위를 배출하는 기쁨은

선생님만이 아는 기쁨이다.


작년에는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박해경 선생님 선생님 학생들 왜 그렇게 잘해요? 올해도 1등이 나왔어요. 훌륭합니다."

내 학생이 잘했는데 덩달아 나도 칭찬을

받게 되어 기분이 정말 좋았다.

아이들이 잘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명 선생님의 역할도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응원하고

연습을 독려한다.


올해도 우리 울산창의퍼즐은

9명이 출전하여

2학년들은 1,2,3위 상을 다 휩쓸었고

6학년 1등과 중학생 2,3 등을 배출해

6명이 본선 진출하게 되었다.


본선대회가 바로 내일이다.

나도 떨리지만

우리 친구들은 얼마나 떨릴까?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떨림이 우리 친구들이 도전하는 데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번주에 예선 상장이 와서

이번주 내내 시상식을 했다.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면

시상식도 거하게 했을 텐데(파티를 겸해서)

적은 인원이라 나가지 않는 친구들을 위해

조촐하게 시상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학부모님들께 사진을 보내고

축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한 어머님께서 문자를 보내주셨다.

선생님 덕분에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해서

이렇게 상까지 받아 어제는 아이와 외식을

하고 기쁨을 나눴다며 감사하다는 메시지였다.


짧은 문자에 나는 이번 대회도 잘 치렀구나

하며 나 자신을 토닥인다.

사실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장염에

몸살기운을 달고 있는 요즘이었다.

그래서 어머님들의 문자에 더

힘이 나나보다.


내일이면 진짜로 끝날 올해 대회

6명의 나의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주길 바라며


아이들에게 마지막 나의 기를 보낸다.

얘들아~~ 힘내 그리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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